
2000년 이후 대형유통업체는 급성장을 하고 FTA 등으로 농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유통시장에서 교섭력 제고와 수입농산물에 대한 경쟁 확보는 농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사업구조개편 이후 경제사업활성화의 목표인 ‘판매농협 조기 구현’을 위해 산지유통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2020년까지 산지조합이 출하한 농축산물의 54%를 책임 판매해 농업인은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 판매는 농협이 전담하는 구조를 정착할 계획이다. 이에 2005년 이후 설립, 운영되고 있는 조합공동사업법인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이란 2개 이상의 조합이 공동 출자해 농축산물의 판매, 유통 등과 관련된 공동사업을 통해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의 이익증진을 위해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 산지유통종합계획, 친환경광역단지 조성 사업 등 정책사업이 법인위주로 지원되고 있어 설립은 증가되고 있으며 올해 설립되는 사업소만 16개(원예 10, RPC 4, 축산 2)이다.
익산탑마루조합공동사업법인 김석중 대표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다수의 농협들이 소규모 물량으로 대형유통업체와 독자적으로 거래를 했기 때문에 가격 등 거래조건이 불리하고 같은 농업인이 경쟁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며 “농협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1인 CEO 체계의 통합마케팅 조직은 농업인의 시장교섭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개별 농협이 개별적으로 거래를 하면 판매 물량이 적고 대형유통업체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농협이 연합해 설립된 조합공동사업법인은 규모화, 품질고급화, 공동브랜드로 시장 교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소규모, 적자구조, 참여조합의 이해 부족 등으로 유통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작년 말 총손익은 47억 적자로 이중 원예법인은 20억원으로 29개소 중 40%인 12개소가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경제사업발전을 증진해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 농산물 수급안정, 농업인의 실익증대를 위해서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산지유통과 생산의 핵심거점으로 활성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 공선출하 회원확보 시급

공선출하회란 단순한 모임 형태인 작목반과는 달리 회원농업인이 재배한 모든 농산물을 공동수확, 공동선별, 공동계산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규제도 있기 때문에 회원이 규약을 어기고 다른 판매처에 농산물을 납품할 때에는 2년간 출하정지라는 엄격한 제제를 받는다. 특히 개인, 개별 조직이 아닌 통합 법인이 유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공동브랜드로 균일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공선출하회는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공선출하회의 활성화는 시장 교섭력을 높이고 판매처 확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설립 초기에는 농업인의 참여가 낮아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운영상의 각종 어려움에 직면하기 쉽다. 낮은 참여율에 대해 김석중 대표는 농업인의 관행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기존의 많은 농가들은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산지유통상과 수십 년 동안 포전거래를 해왔다. 따라서 고급화를 이루기 위해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실시하는 품질향상 교육과 간섭 등의 규제를 농가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갈등과 마찰이 있고 이 때문에 참여율이 낮을 수 있다. 또한 이해 부족도 참여가 낮은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수익을 보장한 후에는 농가들의 참여는 늘고 있다.
김석중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제품, 농업인의 소득증대 및 전문성 강화라는 3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설립이념과 목표"라며 “공선출하회의 발전과 회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농협중앙회 조흥전 차장도 “공선출하회는 농산물의 생산, 유통의 첫 시작이고 출발점이기 때문에 공선출하회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 정부지원, 공선중심으로 운영돼야
공선출하회 참여도를 높이고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199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농업투융자액은 약 118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원정책에 대해서 비판이 나오고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김석중 대표는 “국가 예산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농업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 보조사업은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참여하는 공선출하회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사업을 통해 조합공동사업법인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농업인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고 지역농산물의 품질고급화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
또한 저온저장시설, 산지유통센터 등의 지원사업도 조합공동사업법인에 참여하는 법인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중 대표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자생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려면 공선출하회 회원 확보가 중요하며 각종 보조사업도 공선출하회 농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 제도개선도 과제
조합공동사업법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도 과제이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이 농협중앙회 회원으로 가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농협중앙회 회원이 아닌 별도 법인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 회원으로 가입될 수 있는 농업협동조합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것. 현재 농협중앙회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지원할 수 있지만 지도, 감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회원으로 가입되면 농협중앙회의 지원은 물론 감사, 지도를 통해 업무효율 증진, 위상제고, 시장교섭력 강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얻게 된다.
한편 설립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지역에서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인가를 자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일부는 자금, 시설 유치를 위해 조합공동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어 효과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조합의 시설,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정부지원은 법인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 위주의 지원정책도 효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조흥전 차장은 “각종 지원 정책이 융통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 품목농협 역할 기대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설립된 근본 취지는 경제사업이고 가장 중요한 동력은 공선출하회와 판매사업 역량이다. 이에 농협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경제사업을 위해 태동한 품목농협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품목농협은 기상재난 등 악화된 농업환경에서 작년 경제사업은 12%, 순이익은 8.8% 성장했다. 또한 익산탑마루조합공동사업법인의 회원인 익산원예농협(조합장 김봉학)은 농협중앙회가 수여하는 ‘공선출하회 우수상'을 수상하고 ‘산지유통 1520 프로젝트'를 우수하게 추진한 공선출하 농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판매사업과 경제사업 역량이 우수한 품목농협은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진흥에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하는 적임자임에 틀림없다. 품목농협 주체의 조합공동사업법인이 경제사업을 진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