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로 오렌지, 체리, 포도 등 원예농산물 수입이 급증했다.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산 과채류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특히 매년 관세가 낮아지게 돼 국내 농가들의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FTA 발효와 동시에 기준관세가 20%p 하락한 오렌지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24.5%가 증가했으며, 수입량은 11.2% 늘었다. 또한 24%의 기준관세가 완전 철폐된 미국산 체리역시 전년 동기간 대비 수입량이 82.9%, 수입액은 7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16일부터 24%의 관세가 적용된 미국산 포도의 수입액(수입량)도 전년 동기간 대비 28.6%(19.6%) 증가했다.
FTA 이행으로 수입과일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면서 해당 수입시기에 출하되는 국산 과일·과채의 소비량과 시장가격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산 과일과 과채는 계절별로 출하되는 품목들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품목별 수급과 상대가격에 따라 소비대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량 증가는 오렌지 수입시기와 겹쳐 출하되는 과일·과채 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산 오렌지는 1월부터 5월까지 주로 수입되는데, 국내에서 11월 이후 출하되는 감귤뿐만 아니라 3~5월에 출하되는 딸기, 참외, 토마토 등의 과채류와 일정한 소비대체 관계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산 체리도 5월부터 8월까지 대부분이 수입되는데, 국내에서 6~8월에 출하되는 국산 체리, 복숭아, 자두, 포도 등의 여름과일의 소비량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경연은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오렌지(체리) 구입을 늘리는 대신 국산 과일과 과채의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은 국내 소비자의 24%(9%)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산 과일을 오렌지로 대체했다는 소비자들은 오렌지 구입 대신에 지출을 줄인 대표적인 과일로 딸기, 감귤, 만감류, 사과, 방울토마토, 바나나, 참외 순으로 응답했으며, 감귤과 만감류 및 저장과일의 물량이 전년에 비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딸기, 방울토마토, 바나나, 참외 등의 수요가 오렌지 소비로 상당 부분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산 신선과일의 수입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량 저하에 따른 시장가격 상승으로 가시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과일의 경우 2011년 수확기에 일조량이 적고 강우일수가 많아 2012년 출하량(저장물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2012년 봄 이상저온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과채류의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어 2012년 상반기의 과일과 과채 가격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별 수입통계와 도매시장 거래실적을 활용해 미국산 오렌지와 국산 과일·과채간의 대체관계를 분석한 결과, 오렌지의 관세 인하는 감귤과 참외·딸기·토마토의 3~5월 도매가격을 일정 수준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렌지 관세인하는 공급부족으로 상승할 여력이 있던 봄철 과일·과채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농가의 조수입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FTA 이행 2년차의 미국산 오렌지 관세(3~8월)는 25%로 추가 인하되기 때문에, 금년 3~5월 과일·과채의 작황이 좋을 경우에는 오렌지 수입 증가로 국산 과일·과채의 가격에 다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FTA 이행이 진전될수록 피해예상 품목 모니터링 등 조사·분석 기능의 강화가 요구되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의 연관성 분석을 통해 피해보전의 정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승우 기자
국내산 과일·과채류 가격에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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