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중점사업을 재점검한다 ⑤ 가공사업
협동조합 중점사업을 재점검한다 ⑤ 가공사업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03.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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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농협 가공공장 영세성·비전문성 열악

농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 지지역할의 대명제 속에서 농협은 국내산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부수적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 및 지역 고용창출 효과에도 기여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식품산업은 소수의 식품대기업에 의한 시장지배력 속에 농협을 비롯한 중소 식품업체는 경영상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식품 대기업의 급속한 확장 및 유통경로의 다원화 등으로 국내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사업 여건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식품의 최종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또한 다양화, 고급화되고 안전식품에 대한 요구는 더욱 증대되고 있다.
회원농협 농산물 가공공장은 1990년대 초에 대거 설립됐으나 사업규모의 영세성과 비전문성으로 시장경쟁력이 열악한 상황으로 1996년 이후 가공공장의 퇴거가 지속됐으며 현재 100여개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농협 가공공장은 주로 김치, 고춧가루, 장류, 음료 등의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가 회원농협 가공공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원료 매입가격 현실화와 가동률 제고, 회원조합 가공공장간 경재완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파악됐다.
조합원으로부터 원료 농산물을 시판용 농산물 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원가 경쟁력이 약했다. 가공공장 시설은 경쟁업체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지만 가동률이 낮아 제조경비가 상승하고 원가 경쟁력에 있어 시중 가공업체에 대비해 뒤처져 있다.
또한 회원농협 가공공장의 판로가 계통매장이 학교급식, 군납 등으로 제한돼 회원농협 가공공장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원농협 가공공장간 수평적, 수직적 연계와 역량집중으로 영세성과 비전문성을 극복해야 한다.
이외 HACCP 등 안전과 위생에 대한 투자와 효율화가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매년 연말 농협중앙회의 전국 회원농협 가공공장을 대상으로 한 평가도 문제시 되고 있다. 대형 가공공장과 소형 가공공장을 분류해 평가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성장률을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대형 가공공장은 항상 평가에서 뒤처지게 된다.
50억원 매출의 가공공장이 다시 50억원의 매출을 확대하면 100% 성장이 될 수 있으나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공공장이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10% 성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평가기준을 대형 및 소형으로 두 개 그룹으로 나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회원농협의 부진 속에 농협중앙회가 직접 식품사업에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회원농협과 경쟁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을 맞아 총 4,700억원을 연차적으로 투입해 2020년도에는 사업량 2조5천억을 달성해 국산농산물로 특화된 경쟁력 있는 농식품기업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금년 중 (주)농협식품을 설립해 전국 영업망과 물류망을 구축하고 브랜드 전략 및 판매계획을 시행하여 전국 농협의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도록 할 계획이다. 쌀가공 식품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직영공장도 설치 운용하고 농협식품안전연구원의 R&D 기능을 확충해 신제품개발과 식품안전 기능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중앙회는 회원농협의 식품가공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2016년까지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운용하고 조합공동사업법인 전환 혹은 자회사화를 통해 규모화 및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중앙회가 직접 지분을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뷰 / 손규삼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
임가공서 수익 내 원료수매가 인상
농축시설 추가설치 정부·지자체 지원필요

 
“생과가격을 제값받기 위해서는 저가품을 없애야 한다는 착상위에서 음료가공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저가품을 노점상에서 팔게 되면 사과시장은 그야말로 쓰레기 시장이 된다.”
1992년 동양 최대의 음료가공공장을 군위군에 건립한 손규삼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은 “당시 하루 600톤 착즙시설을 갖췄다.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11년과 지난해는 원물이 부족해 더 있었으면 더 살 수도 있었다. 10,000원 이하는 다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과를 원료로 한 가공제품도 대기업과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100% 판매했다”고 밝혔다.
손 조합장은 가공사업에서 수익이 나면 원료수매가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도 한 상자(20kg) 6,000원 하던 것을 지난해 10,000원으로 올렸다. 앞으로 가공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원료수매가를 13,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서울 가락시장으로 14,000원에 출하하는 것이나 물류비, 포장비 등을 제외하고 가공공장에 10,000원에 넣는 것이나 같다.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최소한 15,000원은 받도록 해야 한다.”
대구경북능금농협은 가공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임가공사업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문제점은 가공능금 수확기가 9월부터 12월까지 약 2개월에서 3개월까지라는 것이다. 연중 태풍이 오면 수확기에 원물이 대량으로 들어온다. 수용능력이 매우 커야 한다. 나머지 9개월은 착즙가공을 위해서는 일거리가 없다. 가공공장 150명의 직원 인거비와 경상경비를 충당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9개월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음료수 임가공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시설이 좋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임가공을 많이 하고 있고 수입은 경상경비에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이제 안정됐다. 2011년 5월에는 멀쩡한 생과가격이 구제역과 소비부진으로 2만원 이하로 떨어져 대량가공에 들어가 사과가격 안정화를 위한 완충역할도 수행했다.”
“중국산 원료가 관세를 물어도 가격은 싼 편이지만 품질은 비교가 안된다. 우리가 착즙을 하면 대기업이 서로 계약을 하려 한다.”
조합 가공공장시설은 스위스 기계를 설치한 턴키 방식으로 20년이 지났지만 현재 새 것이나 다름없어 소모품만 교체하면 향후 50년에서 100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손 조합장은 대형 태풍 등에 대비해 원만하게 가공하기 위해서는 농축기 1대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착즙은 1일 600톤을 하고 있지만 농축시설은 1일 250톤만 가능하다. 100톤은 찌꺼기로 나간다고 가정할 때 250톤은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가동이 100%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형 태풍이나 일시에 가공사과가 밀려들어 오는 것을 대비해 250톤 규모의 농축기를 하나 더 설치해야 한다.”
손 조합장은 “올해 내로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이와 관련 정부와 지자체에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농축기 1대를 더 설치하는 데 40억원이 소요돼 개별농협이 고정자산을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이것은 개별농협 사업이 아니고 천재지변을 대비해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일로 관계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음료가공공장의 매출은 2011년 534억원에서 지난해 566억원으로 32억원 증가해 농협중앙회로부터 가공사업 경영대상에 선정됐다.
/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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