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산지유통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지 대형유통에 맞서 생산자 조직화와 규모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자를 조직하고 물류의 규모화를 꾀할 수 있는 핵심으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산지유통센터는 농산물의 수집 선별 포장 저장 예냉 예건과 같은 수확 후 관리는 물론 계약생산 생산지도 수확대행 등 원물조달 및 판로개척 홍보 판촉 머천다이징과 같은 마케팅 기능을 수행한다. 기존 농산물 출하를 극복해 선별 포장된 브랜드 상품이 출하되기 위해서는 출하단계에서 상품화시설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산지유통센터는 산지유통을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산지유통센터는 기존 원물상태의 농산물이 농식품으로 전환되는 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농업생산자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지유통센터는 크게 일반 APC와 거점 APC로 구분할 수 있다. 거점 APC는 FTA기금으로 설치하는 과실 전문 산지유통센터로 연간 처리 물량 규모가 최소 5,000톤~10,000톤 정도이며, 과실 주산지에 설치돼 있다.
일반 APC는 광역특별회계로 설치되며 원예농산물 처리를 위해 개소 당 신규시설의 경우 20~30억 규모로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300여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거점APC와 일반 APC는 규모화 수준, 시설활용도, 산지 조직화, 운영방식, 주요 유통경로, 운영시스템 등에 의해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존 APC와 거점 AP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물수집 방식과 원물수집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APC의 원물수집은 주로 농가가 출하한 농산물의 위탁판매에 국한돼 있으나 거점 APC는 지역을 초월하는 광역 원물수집이 가능하다.
# 전국에 345개 설립, 과일·과채류 편중

농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2년말 현재 345개의 APC가 건립이 됐다. 이 중 173개는 농협이 운영하고 있으며 172개는 농업법인회사 또는 조합공동법인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나 실태파악이 되지 않고 있어 가동률, 농산물 처리물량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돼 있지 않다.
유통공사 관계자는 “APC 지원이 2005년 균특회계로 바뀌면서 APC 관리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실태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올해 하반기에 전국 APC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한 계획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APC에 대한 실태파악은 없지만 산지유통종합평가를 받는 200여개의 APC에 대해서는 평가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APC의 기준자체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 설립된 APC의 경우 저장시설이 없거나 저장시설만 있고 선별시설이 없는 APC가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서는 저장시설과 선별시설을 모두 갖춘 시설을 APC로 분류하고 있다.
APC의 가동률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APC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에 하나인 가동률은 365일 중에 선별시설을 가동한 일수를 말하는 데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농협 관계자는 “선별기를 1시간만 가동해도 1일로 보는 것인지 10시간을 돌려야 1일로 가동일수를 계산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정확한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345개의 APC가 설립됐지만 선별시설을 보면 과일, 과채류에 편중돼 있어 배추 등의 엽근채소류를 선별, 저장할 수 있는 APC 건립도 절실한 사항이다.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관계자는 “APC가 소규모인 경우도 많고 지역적, 계절적 한계로 인해 주산품목만을 다루게 돼 엽근채소류를 선별하는 APC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공동선별·출하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APC는 원물확보 부족으로 인한 시설가동률 하락, 산지유통시설의 무계획적 배치와 통합적 추진체계의 부족, 단일품목 위주의 산지유통시설 설립, 적합하지 못한 운영주체 선정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APC는 단순수탁 위주의 물량처리, 전문성 미흡, 지역중심의 영세한 구조 등 기업적 경영 한계를 갖고 있고 농업법인은 자본력·담보 부족, 규모의 영세성, 매취 위주 사업으로 시장 리스크 과다 노출 등 안정적 성장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선출하회 등의 산지조직화가 필수이다. 농협 산지유통부 관계자는 “APC는 규모화된 물량을 선별, 가공, 포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자 조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농협을 중심으로 공선출하회를 조직해 공동선별, 공동출하로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마케팅도 중요하다. APC에서 출하되는 물량들은 50% 이상이 도매시장으로 유통되고 있어 일반 농가들이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농산물과 차별성이 없다.
APC의 규모화된 물량은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쳐 균일한 고품질의 농산물로 통합마케팅을 통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으로 분산돼야 제값을 받을 수 있지만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면 일반 농가들의 농산물과 가격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친환경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는 대신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가 도입되면서 APC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GA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산물선별시설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고급농산물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 대형화되는 소비지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지유통의 규모화, 조직화가 필수적이며 APC의 전문인력 확보, 마케팅능력 향상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