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산업 위상을 높이자
원예산업 위상을 높이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01.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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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 단체 하나로 목소리 모아야

 
최근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농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이 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건축해 토마토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토마토 농가들이 생산과잉 등을 우려하며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농가들이 대기업과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농가들이 결성한 단일품목단체가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막고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원예산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대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수단이지만 원예산업계는 정부 정책, 대기업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없어 개별적 대응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단체는 축산업의 현안에 대해 축산단체협의회를 통해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 공동대응을 하고 있지만 원예분야에서는 개별적으로 대응에 그치고 있다.
원예산업이 농업 총생산에서 식량, 축산에 비해 생산액이 적은 것도 아니고 농업 성장기여도와 원예산업의 평균성장률에서도 다른 산업에 비해 높지만 품목별 단체의 부재, 단체의 구심체 역할을 수 있는 협의체가 없어 FTA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 부가가치 높은 원예산업
원예산업은 품목이 다양하다. 원예산업은 크게 과수분야, 채소분야, 화훼분야, 특작으로 나눈다. 과수는 사과, 배, 감귤, 단감, 포도, 복숭아 등 6개 대표 품목이 있지만 채소는 엽근채류, 양념채소류, 과채류 등으로 나뉘고 각각이 수십 개의 품목이 있고 수확시기별로도 나뉘는 품목까지 있다. 화훼도 절화, 분화 등 세분화돼 있다.

▲ 지난해 9월 한우가격이 폭락하자 한우협회는 한우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원예산업은 부류에 따라 성장세가 달라지고 있다. 농업전망 2013 원예산업 성장동력 발표에 따르면 양채류, 과채류, 과실류의 생산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농업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양념채소는 농업비중이 9.0%에서 4.5%로 감소했다.
원예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농업 전체의 부가가치가 22.4조원으로 정체돼 있지만 원예부문의 부가가치는 2010년 기준 8.1조원으로 전체 농업 부가가치의 36%를 차지해 생산액 비중인 28.6% 보다 더 높다. 이는 원예부문이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농업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 유명무실해진 품목별 대표조직
다양한 품목과 분류에 따르다 보니 해당 농가수도 적고 품목별로 단체를 만들기도 어려운 것이 원예산업의 현실이며 이런 까닭에 대표할 만한 농민단체가 부재하다. 농업은 품목별로 세분화, 다원화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어 농업인들의 품목별로의 전국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
품목별로 농민단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있다. 정부에서도 품목별 단체를 만들어 농업현안에 대해 품목별 농업인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책 시행 초기에만 단체들이 결성됐다가 다시 활동이 없어지는 일들이 반복돼 왔다.
1993년 신농정 5개년계획에 품목별생산자조직 육성 주요과제로 포함되면서 품목별 협의회가 결성되는 분위기였다. 당시 품목별 생산자조직 육성계획에 의거해 1993년 배전국협의회의 결성을 시작으로 품목별로 전국협의회가 결성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농민단체는 농협, 축협 등 협동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자생적 농민단체로 분류하는 분위기여서 신농정 5개년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품목별생산자조직은 농협이 주도했다. 이후 농협은 과수, 노지채소, 시설원예, 특작 등 31개의 품목별전국협의회를 만들었고 ▲농산물 생산ㆍ출하조정 ▲농정 및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활동 수행 등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했지만 농협 내의 단위조직화돼 버렸다.

▲ 지난해 10월 사과소비촉진 홍보행사를 하고 있는 사과연합회
한국종자협회 배인태 회장은 “1990년대 허신행 장관이 품목별 생산자조직 결성을 추진했는데 농협이 주도하면서 품목별 단체가 농협 내의 산하기관처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품목별 단체는 생산자들이 모여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자발적인 움직임도 있었지만 2009년 장태평 전 장관이 전국단위의 생산자 품목별 대표조직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다시 한 번 품목별 단체들이 결성됐다.
당시 농식품부는 품목별로 29개의 대표조직 결성을 목표로 품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생산자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조금을 조성하고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단기적으로 소비촉진, 홍보, 수급조절 등을 통한 가격 안정화 방안의 체계를 통해 마케팅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내수 및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과, 배, 파프리카, 버섯 등이 품목별로 대표조직을 만들었지만 상당수가 1993년 이후 농협이 주도적으로 결성했던 품목별전국협의회가 대표조직으로 승계돼 전국조직으로의 위상이 약화됐다.
특히 2년 뒤인 2011년 품목별대표조직육성사업의 지원예산이 인건비에 대한 지원이 삭감되면서 품목별 대표조직도 유명무실해졌고 그나마 올해부터는 예산마저 중단된다. 품목별 생산자단체가 체계적으로 결성되지 못한 것은 정부 정책이 일관되지 못했기도 있지만 품목의 재배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원예학회 이용범 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생산자 단체들이 호응해야 하는데 축산과 비교해 여건이 쉽지가 않다. 특히 시설원예 같은 경우 비닐하우스가 99%로 자리를 잠시만 비우면 작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건상 단결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범 회장은 “축산은 농가가 적지만 자금동원력이 있고 단결력도 있다. 공정도 자동화가 돼 있어 가족에게 잠시 맡길 수 있고 식량작물도 가격결정을 하는 시기에는 농한기이기 때문에 단결할 수 있지만 원예산업은 출하시기가 작목별로 다르고 농한기가 따로 없다보니 단결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자조금 단체 협의체 구성 필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품목별 단체로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 바로 품목별 자조금단체가 생산자의 대표조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은 한우협회, 양돈협회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농가들이 단체를 결성했다. 농식품부도 정책파트너로 협회를 인정하고 정책 입안 시 협의를 하고 있다. 특히 축산단체는 2000년대 초반 자조금을 조성하면서 농민단체로의 역할과 생산자들의 생산, 유통 등에도 관여하면서 단체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과수의 경우 품목농협 중심으로 결성한 과수농협연합회가 있지만 채소나 시설, 특작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 식량은 농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농민단체의 의견이 정책에도 반영되고 또 정책을 입안할 때도 관련부서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 그만큼 예산도 더 책정된다”며 “원예분야는 단체들이 없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정책과 예산에서도 상대적으로 2순위로 밀리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조금단체는 원예산업의 중요한 근간으로 자리매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조금은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해 농산물의 판로확대,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품목별로 전국적인 생산자조직에 의한 자율적 수급조절 및 소비촉진으로 시장가격 안정 및 농업인의 소득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 지난해 복숭아연합회가 복숭아데이에 대국민 홍보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24개 품목 22개의 자조금단체가 결성돼 있다. 참다래, 파프리카는 2000년대 초반에 결성돼 자조금사업의 우수사례로 알려져 있고 2009년부터 품목별대표조직 결성과 더불어 자조금단체들이 만들어졌다.
농식품부는 이전 축산에서만 자조금을 도입했지만 지난해 농수산자조금법을 제정하면서 원예분야에도 자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조금의무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조금단체들이 한국의 주요 원예품목에서 결성돼 있기 때문에 원예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조금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자조금단체 개별적으로는 정책이나 농정활동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과연합회(회장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 박연순 사무국장은 “원예산업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 결성된 자조금단체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당면현안, 대농정활동, 정부정책 건의 등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22개의 자조금단체 중, 한국사과연합회, 한국배연합회, 한국백합생산자연합회,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한국참다래연합회, 한국육묘산업연합회 등을 제외하고는 농협의 품목별협의회가 자조금단체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원예자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무자조금화 하면서 독립된 사무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이나 특정단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품목발전을 위해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자협회, 과수농협연합회, 자조금단체 등이 품목별로 결성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조금단체를 중심으로 원예산업의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 언론의 역할도 중요
농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전문지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원예산업을 대표하고 원예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원예전문신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현안, 농정활동을 이슈화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원예인들도 원예전문신문의 위상을 같이 높여야 한다.
축산단체들은 관련 전문지 등을 이용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언론과 축산의 위상을 같이 높여나가고 있지만 현재 원예산업은 언론플레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원예산업신문도 원예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원예산업 현안의 이슈화와 정책을 만들고 홍보하는데 있어 원예인들과 같이 함으로써 전문신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원예산업 위상 제고에 힘을 보태는데 앞장 서겠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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