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아침 중부지방 기온이 영하 15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한파경보가 발령되는 등 12월부터 한파가 지속돼 시설원예 농가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화훼농가는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올해 농사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평균기온은 -1.7℃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낮았으며, 평균 최고기온 0℃ 미만일수는 7.6일(평년대비 +5.3일)로 1973년 이래 가장 많았다.
한파로 인해 작황마저 나빠 농가들의 시름은 더해지고 있다. 시설 오이재배 적정온도는 최소 13도 이상이어야 하지만 난방비부담으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남 세종시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대전원예농협 김대영 대의원은 “면세유가 비싸 경유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갈탄으로 난방을 하고 있다”며 “예년에는 12월 한 달 동안 트럭 1대분이 소요됐지만 지난 12월에는 두 대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대영 대의원은 “밤새 갈탄과 경유를 이용해 난방을 하지만 아침에는 하우스 온도가 7~8도 밖에 되지 않아 오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에 정식한 오이들이 원래는 6월까지는 수확해야 하지만 오이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을 포기하고 1월말에 다시 정식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대의원은 “올해분 면세유가 1월 10일부터 지급되는 상황에서 갈탄마저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군산원예농협 김운태 조합원은 “추운 날씨로 환기를 할 수 없고 작황도 좋지 않은데다가 난방을 20시간 이상 가동하고 있어 난방비가 예년보다 2배 이상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파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화훼농가는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어 정부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경상남도 김해에서 장미를 재배하고 있는 영남화훼원예농협 김성수 이사는 “작년보다 기름 값이 40% 더 들어가 생산비도 안 나오는 상태지만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며 “주위 적지 않은 농가들은 장미를 재배할수록 하루에 10~20만원 손해를 보고 있어 못 견뎌 불을 끄고 올스톱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불을 끈 농가들은 기본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다보니 수입이 없어 생활이 중단된 상태”라며 “가온시설에 대해 투자하려고 해도 경영이 뒷받침되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이사는 “국화농가도 가온비가 적게 드는 시기에 일제히 정식에 들어가서 홍수출하를 하고 여기에 중국산까지 가세해 가격폭락으로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또한 “보조사업을 통해 시설을 급격히 늘렸는데 정부는 화훼를 과소비로 몰아가 소비를 위축시켜 화훼농가는 정말 살기 힘들다”며 “정부차원에서 화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화훼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화훼농협(조합장 지경호) 김현창 대리는 “한파에 대비해 농가들이 화목보일러 설치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추운 날씨가 지속되며 난방비가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꽃 선물 자제를 기업에 요청하면서 꽃 소비를 침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창 대리는 “연말연시에는 크리스마스 등 깜짝 소비가 있기는 했는데 올해에는 한파로 그마저 부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설원예 농가들이 난방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지열난방시스템 등 에너지효율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난방비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열난방시스템 등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초기비용으로 농가들이 선뜻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열난방시스템은 국고와 지방비가 80%로 농가 자부담은 20%이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2~3억원이 들어 농가들이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보급률도 낮은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난방비 절감대책이 필요하다.
/연승우 기자
한파로 장미농가들 생산비 못 건져 농사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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