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배추는 국민 식생활에 가장 중요한 채소이지만 기후변화, 시장경제원리 없는 정부정책, 유통 구조 등의 총체적인 문제로 인해 가격불안, 수급조절 문제가 반복되며 이에 대한 해답은 품목농협 주도로 계약재배를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원예농업이 우리나라 식생활에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그 중 무, 배추는 국민 제1 식품인 김치 등의 원료로 이용되는 가장 중요한 품목으로 수급에 맞게 안정적으로 유통되는 것은 국민 먹거리, 건강 증진 외에도 농가수익 증대와 국내 농업발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그러나 무·배추는 수급 불안으로 인해 가격 폭등과 폭락, 산지폐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심지어 2011년 국회는 봄 배추 5700톤의 산지폐기가 부족하다고 농협중앙회를 질책하기도 했다. 결국 이로 인한 수급불안의 피해는 농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우리나라 무·배추 농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농가수익보장, 국민건강증진, 농업발전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는 해답은 바로 ‘계약재배'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약재배를 하면 기획, 계획적으로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농업 환경을 예측할 수 있고 복잡다단한 유통시장을 선진적으로 공략,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전영남 조합장은 “계약재배가 저조한 원인은 무배추 품목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 산지유통인의 영향력이 높은 유통 체계, 시장원리 없는 농림수산식품부 정책"이며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품목농협 중심으로 이뤄지는 계약재배가 정답"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전영남 조합장은 “농협은 이사회를 통해 가격을 제시하고 농산물을 계획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며 “품목농협 주도로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는 계약재배는 시대적인 요구”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통구조가 문제, 올해 30% 감소 실효성 낮아
사계절 소비되는 무·배추의 계약재배는 절실하지만 실적이 저조하고 정부 대책도 실효성이 낮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봄철 무 배추의 경우 계약재배 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1%, 고랭지 무 배추는 26.7%, 가을 무배추는 4.4%에 불과하다. 또한 고추, 마늘, 양파, 대파, 당근의 계약재배 비중은 5.2%, 13.3%, 18.3%, 2.8%, 11.5%라고 한다.
이에 정부는 노지채소 위주의 수급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2011년에 농협중앙회가 직접 산지에 진출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실시하는 수급안정사업개편방안, 농산물 구급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내놓은 2012년 가을배추 및 가을무 재배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 3,408㏊로 지난해(1만 7,326㏊)보다 22.6% 줄었으며, 무 재배면적 역시 지난해보다 30% 줄어든 6,826㏊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 노력에 불구하고 계약재배는 감소하고 대책의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무, 배추가 계약재배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품목 특성상 산지 유통상이 개입하기 쉬운 구조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무·배추는 저장 품목이 아닌 신선품목으로 변질과 훼손이 쉬운 특성이 있다. 수확 후 빠른 출하, 유통이 요구되며 일시적으로 신속히 작업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협 등의 생산단체에 의해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산지 유통을 통해 거래되기 쉽다. 이 때문에 무·배추는 품목 농협의 영향력이 타 품목에 비해 적은 특성이 있다. 배추의 경우 산지 유통인과의 거래 비율이 80%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무·배추의 유통 특성이 계약재배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최근에 무·배추 계약재배를 활성하고 농가를 보호하고 가격안정을 위해 최근 농협중앙회에 무·배추를 유통하는 사업단이 신설되기도 했다. 농민과 폼목농협 중심의 거래가 계약재배를 위해 절실하다.
# 기후변화 대응 기술 긴요
무·배추의 계약재배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기후변화를 들 수 있으며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및 육종개발이 시급하다.
무·배추는 생육 기간이 짧아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김장 배추는 생육기간이 약 100일로 짧은 기간 동안 키우고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에 재배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파종, 수확시기가 짧다. 심지어 하루 차이에 의해서도 배추농사를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농작물에 타격이 되지 않는 기후조건도 배추 농업에게는 치명적이고 수급불안을 일으키는 요소이다. 실제 김장배추는 2010년 여름철 고온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올해에는 다시 재배면적 감소와 기상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영남 조합장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가격이 변화하면 농가들은 계약재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후변화로 기상재난이 발생하면 생산량, 품질에 편차가 크고 이와 동시에 계약재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업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부족하다. 국정감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으며 농림수산식품부 기후변화 연구비는 이 부처 R&D 예산 중 3.7%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2014년부터 7년 동안 기후변화 적응체계 구축을 위한 R&D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기술개발, 농자재 지원, 특히 평지에서도 무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육종기술이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하고 있다.
# 농민신뢰가 우선, 시장경제원리 절실
무·배추의 계약재배가 저조한 이유는 농민이 계약재배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원인은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을 조정하는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영남 조합장은 “정부가 계약재배를 추진하지만 기본 근간을 훼손하는 것도 정부"라며 “계약재배가 이뤄지려면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등락은 당연한 현상이고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시장경제가 유지된다. 즉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도 시장원리에 의해 정상적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을 수입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입된 농산물은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과잉 공급을 초래, 가격폭락을 일으키고 산치폐기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농업정책이 계약재배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은 계약재배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 계약재배의 목적이 ‘수익보장을 위한 안정적인 공급'인데, 정부가 앞장서 농산물을 수입해 가격폭락과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농가들이 계약재배를 꺼리고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 농산물 가격보장 시급
농가들의 계약재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비 지원, 농산물 가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꺼리고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일례로 김장배추 생산량이 감소하자 정부는 작년 9월초 계약재배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농가들은 계약재배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현지 포전매매 가격이 지역에 따라 50%에서 많게는 2배까지 오르자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지 않고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가들이 계약재배를 회피하는 이유는 생산비 부족 때문이다. 전영남 조합장은 “농산물 가격 중 상당 부분을 생산비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농산물 가격 보장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한 농가들은 이익이 많은 품목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실제 농자재, 인건비 등 농산물 제조원가는 상승하지만 정작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당장 수익이 높은 품목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무, 배추는 기후조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 진폭이 크고 불안해 농가들은 품목으로 더욱 바꾸기 쉽다.
따라서 무·배추의 계약재배를 이루기 위해서는 농자재 등의 생산비 지원이 필요하고 농산물 가격도 일반 상품처럼 상승하고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시장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한편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위반하는 사례는 적다. 실제 농민들은 계약재배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함부로 계약위반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계약 상인이 계약을 파기하거나 도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농협이 수탁출하를 대행하고 있다.
# 품목농협이 성장의 열쇠
품목농협이 성공적인 계약재배를 이루기 위해서산적한 과제가 많다.
먼저 판로처 확보가 시급하다. 농가들로부터 무·배추를 수집해서 최종 소비자에게 유통, 판매를 해야 하는데 산지유통이 8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규 산지유통센터는 판로처를 확보하거나 확대하는 등의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가 가장 기본적인 해결과제이고 시급하다.
또한 농가들에게 수익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계 및 물류현대화가 긴요하다. 품목농협이 농민과 안정적으로 계약재배를 위해서는 농가들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계 및 물류 현대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이 이뤄져야 하고 높은 신선도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문제도 중요하다. 현재 농촌사회는 고령화로 인해 인력이 부족하고 인건비 상승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으로 계약재배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비단 무·배추 계약재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품목농협의 성장과 안정화도 중요 요소이다. 농협도 품목 다변화로 사업의 안정성을 높여야 농가들에게 품목농협에 대한 믿음, 신뢰를 높이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계약재배는 신뢰가 생명인 만큼 농협에 대한 믿음이 선행돼야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조합원 교육도 중요하다. 조합원 교육은 의식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농협에 대한 신뢰, 믿음을 높이고 계약재배의 필요성을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결국 품목농협의 성장과 함께 농촌사회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정부정책과 지원이 계약재배의 해답인 셈이다.
전영남 조합장은 “농가들은 수익 보장이 돼야 품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계약재배의 주체인 농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제공하는 것이 계약재배를 이루는 첩경이고 우리 품목농협 만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