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까지 국내에서 실시된 농산물의 색깔에 따른 건강 효능성 연구는 시작단계이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에 관한 연구가 조금 더 일찍 시작되었으며,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에서 실시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백색 농산물의 효능에 대해서 논의함으로써 농산물의 색깔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농산물이 건강기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습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Wageningen University)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농산물의 색과 건강효능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다룬 첫 번째 결과로서 섭취한 농산물의 색깔 차이가 뇌졸중 발병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한 연구였다. 와게닝겐 대학 연구팀은 평균연령 41세(20~65세)의 성인 총 2만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섭취한 과일 및 채소류의 종류와 뇌졸중 발생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피험자들은 처음 시험이 착수될 당시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이들이었는데, 실험 전 실시한 총 178개 설문조사 문항을 토대로 10년에 걸쳐 이들의 뇌졸중 발병률을 조사한 뒤 결과를 도출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섭취한 과실과 채소의 색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되었는데 초록색(상추, 키위 등), 주황색/노란색(감귤, 복숭아 등), 적색/자주색(포도, 딸기 등), 백색(사과, 배 등)이었다. 조사결과 총 232명에게서 뇌졸중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주목할 점은 백색 과일, 채소류를 빈번히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뇌졸중 발병률이 52%나 낮게 나타난 것이다. 하루에 25g의 백색 과실 및 채소류를 섭취할 때마다 뇌졸중 발병률이 9% 감소한다는 인과성이 도출되었을 정도로 백색 과실과 채소류가 뇌졸중 발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효능은 퀘르세틴(quercetin)을 비롯한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식이섬유의 영향으로 판단되어진다. 퀘르세틴은 항산화력 및 체내 콜레스테롤의 저하작용과 혈소판 응집 방지를 통해 항혈전 작용을 하여 출혈성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배에는 약 2.0~4.5mg/100g 정도의 퀘르세틴이 함유되어 있어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된다. 또한 배의 기능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정장작용과 콜레스테롤 저하 효능, 비만 억제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연구결과 고지방식이를 섭취시킨 쥐에서 펙틴의 처리가 체중감소 효과 및 지질 배출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뇌졸중의 원인 중 한가지로서 뇌혈관의 지질 축적으로 인한 혈관 축소가 고려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배의 식이섬유인 펙틴 역시 뇌졸중 위험률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백색 과실과 채소의 섭취는 뇌졸중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참고로 대표적인 백색 과실인 배 한 개의 중량이 500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배 반쪽만 먹어도 뇌졸중을 줄이고,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원예 산물들이 만성 질병을 막는 데 효과가 있어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서 다양한 색깔의 과실과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과실과 채소류를 자주 섭취하는 이들일수록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풍부한 농산물의 섭취가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보조제와 약품을 사용하여 건강관리를 하기보다는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여 평소에 다양한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방법을 통해 일상에서 건강관리를 실천할 것을 추천코자 한다.
■농진청 원예원 배시험장 농업연구사 원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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