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사과수확이 마무리된 지금부터는 내년의 사과원 설계를 차분히 생각해 볼 때이다. 거름주기, 가지치기에서부터 신규개원 계획이 있는 농가의 경우는 품종선정에 이르기까지.
특히 새로 사과원을 계획하고 있는 농가들은 어떤 품종을 선택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품종은 한번 선택하면 적어도 10년 이상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농가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돈이 되는 품종을 심어야 한다.
생산자단체, 사과주산지 시군에서도 지역에 어떤 작목, 어떤 품종이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사과는 과실이 크고 과피색이 붉은(적색) ‘후지’, ‘홍로’ 등 3∼4품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거의 무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과실이 몰려올 것을 가정한다면 우리 사과 산업은 품종부터 재고하여야 할 시점이다.
적극적인 지역특화품종 육성은 사과 주산지간 경쟁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수입과실에 대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전북 장수군의 경우 일찍부터 ‘홍로’ 품종을 지역특화 품종으로 선정, 타 주산지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경북 문경시의 경우는 문경사과하면 ‘감홍’ 품종이 떠오를 정도로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어 지역특화품종 육성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색과 크기가 다양한 고품질의 사과품종들이 국내에서 속속 육성되고 있다. 과실이 익는 시기에 기온이 높아도 착색이 잘 되는 품종인 ‘아리수’, 착색관리가 필요 없는 녹황색 품종인 ‘그린볼’, 어린 유치원생도 한꺼번에 과실 한 개를 다 먹을 수 있는 중소과종인 ‘황옥’ 및 ‘피크닉’ 등.
국내외적으로 사과산업의 여건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세계적으로 사과 생산량 증가는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주품종은 ‘후지’로 우리와 동일하다.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그 충격은 가늠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기상재해로 생산량 증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유목비율(약30%)도 높고 재배면적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언제든 과잉생산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특화품종의 육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장기적으로 사과 주산지간 경쟁은 피하면서 우리 사과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재배농가뿐만 아니라 생산자 단체, 사과주산지 시군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농진청 원예원 사과시험장장 김목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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