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부천원예농협 조합장>
이종근 <부천원예농협 조합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11.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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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일상 되는 삶

 
바야흐로 도시농업이 대세다. 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니 단지 내에 텃밭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동네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의를 슬쩍 엿봤더니 거기도 도시농업 얘기다. 주민들이 모여 공동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자체의 시정계획에도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텃밭을 무료로 분양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이들의 생태교육을 위해 교내에 텃밭을 마련하는 학교가 늘고 있으며 도심 속 건물 옥상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직장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 농업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각박해져가는 삶에서 도시농업이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제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는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외국사례를 들자면 유기 도시농업이 활성화 된 쿠바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6.4명으로 미국보다도 낮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풍부하게 제공됐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농부는 8억 명 이상으로 몬트리올에는 8195곳의 텃밭이 있고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도 600개 이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정원을 디자인하는 것이 유행이며 런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 2위가 도시농업 관련 서적이라고 하니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도시농업에 상당한 애정을 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직 경제적 성장과 개발에만 급급해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무시했던 시대가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보다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초록의 힘’이 필요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지만 자연 없이도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의 동공도 녹색을 볼 때 가장 커진다고 한다. 오전에 햇빛을 보면서 산책을 하면 심신, 특히 눈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줄기를 밀어 올리고, 잎을 틔우고 많은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 본 사람은 그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농사의 즐거움을 한 번 맛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몸의 뻐근함마저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마치 운동마니아가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 몸이 찌뿌둥한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농업은 우리에게 먹는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 주지 않는가. 맛있는 음식을 가족, 이웃과 나누는 것처럼 재밌는 일도 드문데 하물며 그것이 내가 직접 키운 농작물일 바에는.
도시농업이 점차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도시농업을 계기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면서 환경문제와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옥상에서든 텃밭에서든 간단한 농작물 정도는 키울 수 있는, 농업이 일상이 되는 삶이 열린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싱그러울까? 이것이 분명히 우리 농촌에도 긍정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