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날씨는 한 해의 풍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해마다 기상이변으로 생기는 직접적인 피해도 크지만 이듬해 정상적인 날씨로 회복된다면 일시적인 피해는 쉽게 복구될 수도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지역의 30년 이상의 장기간 날씨 특성을 기후라고 한다.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의 기상이변들은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기후적으로 볼 때 제주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온대기후에 속한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는 온대기후에 알맞은 작물들을 재배하고 그것을 먹으면서 살아 왔다. 쌀, 보리, 무, 배추, 사과, 배 등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먹거리이다. 한국 사람은 어디를 가나 쌀밥에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한다. 먹거리는 문화이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도 귀국해서는 김치찌개, 된장국부터 먼저 찾는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 먹거리 생산 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최소화시킬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앞으로도 수십 년간은 지구온난화 경향은 돌이킬 수 없다고도 한다. 때문에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하여 적응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 적응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가는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임기응변이 아닌 체계적으로 적응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대응의 첫걸음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처음부터 미래의 기후를 예상하여 그 때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기상청은 2100년까지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의 가닥이 잡힌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는 점차 기온이 상승하여 21세기 말에는 남부지방이나 중부지방까지 아열대기후권에 속하게 된다고 한다.
먹거리를 담당하는 농업에서 중요한 일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농작물 생산이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지 알아내는 것이다. 작물의 재배적합 여부, 수량이나 품질의 변동 등에 대해 개개의 작물별로 그 영향을 알아내야 하므로 단기간에 끝날 일은 아니다.
특히, 우리 먹거리 문화에 중요한 작물들을 우선해서 피해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게 되면 알맞게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육성, 재배지역의 변경, 재배기술의 개발, 대안 작물의 선발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될 수도 있다.
기상청의 전망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인류에게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피할 수도 없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또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농업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진단을 바탕으로 처방책을 마련하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후변화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농업연구사 문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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