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자재 수급 차질 … 파이프 재활용 2차 피해 우려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전국 시설하우스 27,273동(2,196ha)가 파손돼 농가마다 시설하우스 복구가 분주한데다 딸기와 파프리카 등의 묘종 이식 기간까지 겹쳐 자재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광주원협 필름공장 관계자는 “볼라벤 이후 주야 2교대로 휴무도 없이 계속 비닐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존 주문량까지 모두 소화해 내려면 적어도 다음달 15일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농작물 현황에 따라 최대한 긴급히 지원되어야 할 곳은 이달 중순 이내에 공급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공장을 풀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물이 재배 중이던 시설하우스나 영농기간에 맞게 시급히 묘종을 이식해야 할 농가에 먼저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용필름 생산회사인 일신화학 관계자 역시 “주문량이 천오백톤 이상 밀려 있어 적어도 9월 중순이 지나야 물량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 년 중 필름 공급량이 많은 시기 중 하나인데다 태풍 피해로 주문이 밀려드니 물량 공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순천원협 강금석 과장은 “딸기의 경우 9월부터 이식 중인데 이번 태풍 피해로 차질을 빚게 될까봐 시설하우스 복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묘종 이식이 늦어질 경우 생산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파프리카와 부추 시설하우스에 피해를 입은 광양지역은 시설하우스 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농가는 휘어진 철제 파이프를 다시 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자칫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광양원협 정인호 지도사는 “필름과 파이프를 신속히 수급하기 위해 광양은 물론 타 지역 제작회사와도 거래를 타진하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 노력하고 있다"며 “고철값으로 파이프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한 번 휘어진 파이프는 다시 휘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번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대상이 바로 시설하우스 피해다. 반복되는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재해형 시설하우스 보급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다만 일반 시설하우스보다 제작비용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보급된 비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내재해형 시설하우스 보급이 늘어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재해복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의 재해지원대책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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