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선물문화에서 소비문화로
‘난’ 선물문화에서 소비문화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9.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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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난은 사군자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인사이동 시기에 가장 많이 선물하는 꽃이기도 하다. 왜 인사 이동철에 난을 많이 선물할까? “난의 늘 푸른 잎은 선비의 지조와 견주어 왔고, 난 잎이 이루는 선은 예서(隸書)의 서법(書法) 같다고 하였으며, 은은하게 풍기는 향은 선비의 고고함을 풍기는 기품과 같다”라며 난은 선비의 기상으로 곧잘 비유되곤 했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인사 이동철에 선물로 주고받는다.
난을 선물로 주문하고자 한다면 아마 인터넷이나 가까운 꽃집을 가보게 될 것이다. 가격은 최하 50,000원이다. 물론 난 꽃을 얼마나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겠지만 선물로 주문코자 할 경우는 대부분 모듬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선물이라 함은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를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정해져 있고 국민권익위원회도 고위공직자들의 3만원 이상 꽃, 난, 화환 수수금지 계획을 보고한 예가 있다. 3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은 주거나 받지도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나 사기업체에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난의 사용은 대부분 승진, 전보가 있을 때 80% 이상이 사용되기 때문에 난을 재배하는 입장이나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소득에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난은 왜 비쌀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난은 다른 화훼작물에 비해 재배기간이 길게 소요된다. 서양란 심비디움의 경우는 3년, 팔레놉시스는 2년, 덴파레, 온시디움 등도 크기에 따라 2~2.5년이 소요된다. 동양란의 경우도 수입되지 않는 이상 재배기간이 3~5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다른 작물보다 기본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 있다. 그렇다고 난의 가격이 모두 3만원 이상은 아니다. 화분 하나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만원 미만의 것도 많이 있다. 난의 소비가 주로 선물로 이루어져서 크고,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것은 왠지 선물의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나간다면 크지 않아도, 비싸지 않아도 축하하는 마음이 들어 있고, 선물의 의미와 상징이 들어있는 선물이라면 3만원 이하의 것이라도 충분히 선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외 출장 중에 한 대형 마트에서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난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았다. 예쁜 꽃을 보는 소비자의 얼굴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네덜란드나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난을 처음부터 큰 화분에 심지 않고 단분으로 낱개 포장을 하여 큰 대형 마트나 꽃집에서 판매 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선물뿐만 아니라 우리 집을 꾸미고 싶을 때 언제든지 쉽게 살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난이 낱개로 되어 있더라도 쉽게 들고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판매를 원활하게 해 주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유통판매장에서 난뿐만 아니라 소형 화분들을 낱개로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판매형태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할 사항으로 물건을 들고 갈 수 있도록 하는 포장기술이 부족하다.
작은 화분이라도 한손으로 쉽게 들고 갈 수 있는 포장기술이 보강된다면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소비 촉진을 위해 중요한 것은 난은 선물로만 받는다는 인식과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혹시 알고 있나? 우리나라 1인당 화훼류 소비금액이 2005년에 약 20,000원이었던 것이 2011년에 들어와서는 약 15,500원(‘11년 화훼재배현황)이라는 것을. 그중에서 난류의 소비액은 불과 1,756원이라는 것이다. 이 금액이 사치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의 정서생활을 비롯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난을 선물만이 아닌 소비하는 문화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
■농진청 화훼과 농업연구사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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