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부천원예농협 조합장>
이종근 <부천원예농협 조합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8.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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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농업

 
대단하던 복 더위가 지나갔다. 아직 더울 날이야 많이 남았지만 어쨌든 삼복이 지나고 입추가 왔으니 더위의 기세가 한 겹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덥다, 덥다 했지만 올만큼 더웠던 해도 드물었다. 최악의 봄 가뭄이 한바탕 기세를 떨친 다음에 온 불볕더위라 더 야속했는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농민들 속이 타들어 가는 날들의 연속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과일들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닭과 오리, 돼지, 소 등 가축들도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축 83만마리가 폐사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불과 20여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채소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폭등했고 남해안에는 올해 첫 적조경보가 발령됐다.
그뿐인가. 더 큰 문제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폭염에 쓰러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위가 여느 해보다 맹위를 떨쳤다는 증거도 되지만 고령자만 남은 우리 농촌의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있는 셈이다. 일흔 넘은 노인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옥수수 밭에서, 과수원에서 생을 달리하는 소식을 접하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농작물을 내버려 둘 수 없는 농부의 마음이 짠하다. 더워도, 추워도, 비가 많이 와도, 가물어도 늘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농민의 운명이지만 요즘처럼 이상기온이 계속되는 건 농민들에게 고문이다.            
물론 폭염과 열대야로 4년째 대형마트 매출 1위를 고수하던 커피믹스가 수박한테 1등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는 재밌는 기사도 눈에 띈다. 날씨가 뜨거운 덕에 예년에 비해 수박의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소비 또한 증가한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나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대다수의 우리 농민들은 지금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FTA로 인한 불안과 소비감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인한 손해, 고령화된 농촌에서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수확시기를 놓쳐야 하는 현실, 모든 상황이 막막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논밭을 그냥 묵히지 못하는 것이 농민의 성정이며,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애써 기른 농작물을 돌보는 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주는 재해보험류는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처음으로 폭염으로 인한 가축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 주는 제도가 생겼다. 지금의 농촌현실은 여러 측면에서 정부의 무능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고 사회적 문제에서 야기된 바가 크기 때문에 당연한 조처라고 본다. 아직 많은 농가가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점차 더 많은 농가, 다른 분야로도 확대되리라 기대한다. 이번에 폭염재해로 확인된 농가 288곳에 대해서도 정부는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보상을 해 주기로 했다. 여전히 피해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가가 많아 걱정이지만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눈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농업의 근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언론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농업문제’에 대한 범사회적 대책마련과 여론조성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현상만을 단편적으로 전하고 있어 아쉽다.    
지치다 못해 오그라들고 있는 농민들의 어깨를 펴줄 수 있는 정책,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는 사회분위기가 하루 속히 조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채울 수 없는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