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같이 하는 ‘난 향기’
마음을 같이 하는 ‘난 향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7.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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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들은 사군자를 즐겨 그렸다.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듯 지조가 있는 난은 주위를 맑게 하는 은은한 향기가 있다. 특히 난을 잘 그렸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그림에 동심여란(同心如蘭)이란 글귀가 있는데,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의 말은 그 향기가 난과 같다고 한다. 마음을 같이하는 난 향기…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 선조들이 그렸던 난은 심비디움 속에 속하는 동양란이지만, 난과 식물은 25,000종 이상의 식물종을 가지고 있는 분류가 가장 많이 된 식물이며, 향기가 있는 난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서양란 중에 꽃 크기가 큰 캬틀레야가 향기가 강한데 바닐라 향이 있는 반면, 다른 종에서는 초콜릿 향이 나는 것과 매운 향이 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는 서양란, 즉 심비디움과 팔레놉시스에서는 꽃이 화려한 대신 향기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이들의 원종에는 향기를 가진 종들이 일부 존재하는데, 심비디움의 향기 원종은 온대성인 한란, 사계란 등을 포함하여 열대성인 eburneum이 대표적이다. 팔레놉시스의 원종 중에서도 violacea와 schilleriana, venosa 등이 있으며, 특히 bellina는 팔레놉시스의 강국인 대만에서 향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즉, 대만 국립 성공대학 생명과학부와 생명공학연구소 공동 연구진들이 난 화기로부터 분리한 EST들의 발현양상을 분석하고, 향기관련 유전자 특성을 구명한 것이다.  P. bellina와 P. equestris 의 향기성분들을 측정했더니 대부분 monoterpenoid 계통들이고, 특히 geranoid와 linalool, 그들의 유도체들이 약 80%를 차지하였다. 또한 Monoterpene의 전구체인 GDPS(Geranyl diphosphate syntase)가 향기 pathway에 참여하고 있음을 RNA level에서 확인하고 petal의 epidermic 부분에서 발현됨을 입증하였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 전, 1997년 11월, 태평양 기술연구원에서 제주한란 ‘풍염’의 향기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성분은 Muguet 향취를 연상시키는 Farnesol과 Fresh-floral 향취의 cis-Methyl jasmonate와 trans-Methyl jasmonate가 주성분으로 확인되었다. 제주한란의 청초하고 순수한 꽃향기는 이들 성분에 의해 발산되며, 특히 Methyl jasmonate 이성질체가 다른 난들에 비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은은하면서도 확산성 및 지속성이 뛰어난 향기를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서양란(원산지가 열대지방) 원종과 동양란(원산지가 온대지방)이 가지고 있는 향기의 형질을 도입하여 육종에 활용할 필요가 있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10년부터 난의 방향성 육종업무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들 원종들은 꽃수가 적고 꽃수명도 짧은 단점이 있어 다화성 계열의 원종 또는 품종들과 교배하고, 다양한 종간교잡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하와이 등 국외로부터 향기관련 유전자원을 계속해서 수집해나가며 향기육종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품종화를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향기형질에 대한 분석연구도 진행 중인데, GC-MS를 이용한 성분분석뿐만 아니라 육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자코 등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향기가 강한 계통을 선발하고 특성 평가하는데 객관적인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난 육종은 10여년이란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방향성 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유전자원 수집, 교배 등 육종업무와 더불어 향기분석, 향기유전자 탐색 등 여러 가지 향기관련 기초 연구들을 병행해 나갈 때 방향성 육종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자는 이제 화려한 난꽃에서 부족한 2%를 느낀다. 사무실이나 집안에서 물주기 어렵고 키우기 까다로운 난이 아니라 잎의 곡선에서 삶의 유연함을 배우고 바람을 통해 전해지는 청초한 난향으로 사색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주는 그런 난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진청 화훼과 농업연구사 박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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