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부터 현재까지 잇따른 방제에도 불구하고 흑성병이 잡히지 않아 흑성병 변종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배농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흑성병이 과실뿐만 아니라 잎에도 심하게 번져 배 품질 저하는 물론 내년도 수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흑성병으로 잎이 말라 떨어져버린 경우가 많고 다행히 붙어있어도 잎 물관부가 감염으로 경직화되어 있어 태풍이 불면 쉬이 꺾어져버린다. 잎이 부족하면 광합성 작용이 떨어져 상품성도 떨어지기 마련이고 내년도 꽃눈이 미리 발생할 우려도 크다.
수출 농가에도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지금처럼 방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수출상대국이 허용한 농약잔류치 기준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국별로 지정된 농약 잔류허용치에 합격하려면 농약 안전사용기간 내에 방제를 마쳐야 하는데 현 실정으로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안성과수농협 한 조합원은 “흑성병과 관련해 3년치 방제비를 6월 한 달에 다 쏟아 부었는데도 병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려 기존에 시행하던 방제로는 약효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며 “행여 흑성병 변종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적과를 수시로 하는데 지금처럼 과실을 속아내면 수확 때까지 과연 얼마나 붙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송장훈 농진청 배시험장 박사는 “올해 개화기 무렵 비가 많이 와서 방제에 어려움이 뒤따른 것이 흑성병 심화의 주요인으로 본다"며 “방제가 계속 이어지면서 약제에 대한 내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고 정량정법에 맞는 방제를 해당농가에 당부했다.
김종학 안성과수농협조합장은 “올해 전국을 강타한 흑성병이 예전의 흑성병이 맞는지, 그렇지 않다면 다른 변종인지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일선 현장에서 제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메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그간 농촌진흥청에 몇 차례 문의를 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답변이 돌아오지 않아 답답함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흑성병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예방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권 기자
방제비 증가 수확량 감소 이중고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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