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농산물유통채널 확대하자
이제 새로운 농산물유통채널 확대하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7.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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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가 당일 아침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가격표시와 바코드를 붙여 인근 농산물직매소 판매대에 진열하고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방식의 농산물유통채널이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운영되고 번창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농산물유통채널은 1970년 후반부터 시작된 농산물직매소와 1991년부터 시작된 미찌노에끼 787개소 등을 포함해 1만 3000여 개소에서 채택되고 있다. 특히 미찌노에끼는 차량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국도변에 주차장, 화장실, 공중전화, 도로교통 및 관광정보 제공의 휴게시설과 농산물직매소, 식당 등 제공의 지역진흥시설을 갖추고 있다. 설치자는 지자체 또는 공적단체 등으로 국토교통성의 등록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전북 완주군 용진면 상운리 85번지에 설치해 2012년 4월 27일 개장한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이러한 유통채널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의 농산물유통채널은 생산자-작목반, 농협, 산지유통인-도매시장(도매법인)-경매-중도매인(또는 매매참가인)-소매상-소비자 순으로 농산물이 5~6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유통과정에서 운송비, 물류비, 수수료 등 유통비용이 계속 발생해 결과적으로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농산물을 비싸게 사먹게 된다. 또 이런 채널 하에서는 농장을 떠난 농산물이 소비자에 도달되기까지의 거리 즉 푸드마일리지가 길고 2~3일씩 걸리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고, 취급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돼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가 당일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와 생산자 본인이 가격, 생산자명, 주소, 전화번호, 품목명, 출하일자 등을 표시한 바코드라벨을 상품에 붙여 판매대에 진열하고, 직매장이 자체 규정한 판매일수(엽채류 1일, 과채류 2일, 근채류 및 화훼류 1~3일 등)에 따라 당일 폐점시간까지 팔리지 않은 상품은 생산자가 직접 회수해 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직매장은 완주군과 용진농협이 투자해 농가의 로컬푸드 판로를 개척하고, 제값 받고 소비자에게 값싸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했다. 
이용고객은 주로 용진면과 전주시 호성동, 송천동, 동산동 주민들이 많으며 평일에 1000명, 주말에는 2000명이 찾고 있다. 또한 평일 하루 1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 직매장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 요인을 필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완주군(군수 임정엽)과 용진농협(조합장 정완철)의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으며, 일본 미찌노에끼 연수를 통한 벤치마킹과 참여농가 140명에 대한 6차례의 교육실시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직매장 인근에 전주시라는 배후도시가 있고, 17번 국도변 및 완주IC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셋째, 1층 로컬푸드 매장에는 완주군 관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만을 취급하고, 2층 매장에는 로컬푸드가 아닌 상품도 구색을 갖춰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농산물유통단계를 직거래로하여 중간유통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하고 신선하다. 다섯째, 상품 라벨지에 출하일자, 생산자명 및 전화번호를 표기하여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상품에 책임 의식을 갖게 되었다. 여섯째, 당일출하, 당일판매 원칙을 정해 참여농가간 경쟁심을 유발함으로써 품질과 맛이 좋다.
일시에 여러 농가가 동일품목을 많이 출하하지 않도록 농가간 출하일정을 조절하고 있다. 로컬푸드 교육을 이수한 농가에게 우선 출하권을 부여하고 있다. 일곱째, 판매수수료를 일률적으로 10%로 하고, 참여농가가 가격표시 바코드 라벨 출력기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성공 요인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보완 과제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 운영자가 상품 판매 상황 또는 점포내 영상을 리얼타임으로 생산자에 제공해 출하한 상품이 품절될 경우 보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POS(판매시점 상품관리)에 축적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판매 상황을 분석하여 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고객에게 포인트 카드를 발행하는 등으로 리피터(단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판매대 상품 앞에는 그 상품의 좋은 점과 요리법 등을 설명하는 POP(상품선전)를 게시하여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냉장 또는 냉동시설을 사용하는 품목에 대한 판매수수료는 전기료를 감안하여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 직매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개 농산물은 15~20%, 농산가공품은 20%, 냉장·냉동시설 이용 시는 3%를 가산하고 있다.
여섯째, 판매가격의 결정은 직매장 출하 회원들의 표시 가격과 인근 시장 가격을 참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농일지를 잘 기록해 실제 총 투입된 영농비용을 공제한 적정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일곱째, 일본의 미찌노에끼처럼 상징마크(엠블럼)를 표시한 안내표지판을 직매장 인근 도로가에 설치해 차량 이용자들이 쉽게 알아보고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직매장은 관광지 배후지 또는 국도변 차량 통행량이 많은 지역 등 집객력(集客力)이 좋은 곳에 개설해야 한다.
여덟째, 직매장 부지에 식당도 겸비해 직매장에서 팔다 남은 농산물을 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홉째,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품목과 농가를 조직화하여 연중생산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그 지역의 농산물(특산품)을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누가, 언제, 어떻게 생산하고 취급했는지도 모르는 농산물을 구입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농업인들은 값싼 수입농산물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판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마침 새로운 농산물유통채널을 도입한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유지하는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농산물유통채널의 전국적인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농협 등에서는 새로운 농산물유통채널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앞으로 제2, 제3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전국에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천·용인사무소장 황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