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평 농약 살포 물 5천리터 소요돼

또 도내 931개 저수지 가운데 115개소가 고갈되는 등 평균 저수율이 30.1%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태안, 예산, 홍성, 서산 등 서북부 4개 시·군은 저수율이 바닥인데다가 하천이 말라붙어 땅을 파도 끌어올릴 물이 없는 실정이다.
서산에 도착해 농가를 방문하기 위해 가는 길에 있는 저수지는 저수지가 아닌 그냥 평범한 흙바닥이었다. 비가 오지 않아 서산 일대의 저수지의 담수율이 제로에 가깝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과수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관수시설이 돼 있어 점적 관수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하수가 부족해 풍족히 하지 못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과실 생장이 멈춰 과실이 크지 않고 있어 농가들은 하루 빨리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목 충서원예농협 조합장은 “농작물재해보험 관련해 착과수를 조사하고 있는데 가뭄으로 인해 사과가 크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들 방문해서 위로하는 게 최근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을 전했다.
서산에서 사과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가는 조생종 홍로 나무줄기가 말라서 갈라지고 있다며 올해 과실들이 작아서 대과 생산량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숭아 역시 조생종은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예년보다는 과실 크기가 작다.
이 농가는 “관수시설이 돼 있지만 물이 부족할 것 같아 점적관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약 살포에만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5000평의 과수원에 농약을 살포하기 위해서는 1회에 5천리터의 물이 사용돼 지하수가 고갈되면 적기에 방제를 하지 못해 지하수를 아끼고 있다는 것이 농가의 설명이다.
“서산시에서 관정을 파고 있지만 200m를 파내려가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논을 위해서만 관정을 파는데 과수와 채소밭에도 관정 파는 것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잡초도 자라지가 않을 정도로 날이 가물고 있다. 서산의 밭과 과수원뿐만 아니라 농로 주변에 핀 잡초도 시들어 있어 올해는 제초를 따로 하지 않고 있다.
가뭄으로 피해가 큰 작물이 최근 정식이 끝난 고구마이다. 고구마는 가뭄에 강한 작물이지만 정식 시기에 가뭄으로 인해 뿌리가 활착이 되지 않고 있다.
충서원예농협 정완희 상무는 “고구마를 멀칭해서 심은 밭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멀칭을 하지 않은 고구마밭은 잎은 다 시들고 뿌리만 겨우 살아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가 많이 와 멀칭재배한 고구마 생산량이 감소해서 올해 멀칭을 하지 않은 농가들이 많다는 것이 정완희 상무의 설명이다.
매주 주말이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인해 농가들은 이제나 저제나 비를 기다리고 있지만 백년만의 가뭄으로 인해 땅과 농가들의 마음은 계속 타들어가고 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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