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확보난 앞두고 인삼농협 무력화

이러한 가운데 올해 정부가 갑자기 밀어붙이고 있는 인삼경작신고를 현행 인삼농협에서 시·군체제 이원화로 변경, 한국인삼공사(이하 인삼공사)의 인삼농협 위임계약 약화 움직임이 모두 농민의 결사체인 인삼농협을 무력화하고 외국자본이 60%가 넘는 인삼공사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인삼 생산량은 2009년 2만7,460톤에서 2010년 2만6,944톤, 지난해 2만5,242톤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재배면적도 2009년 1만9,702ha에서 2010년 1만9,010ha, 지난해 1만7,601ha로 축소하고 있다. 신규 식재면적도 2008년 5,263ha, 2009년 4,286ha, 2010년 3,372ha, 지난해 3,072ha로 계속 감소하고 있어 현재 수요를 감안한 4,300ha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9년부터 식재면적 감소가 두드러져 내년부터 수확할 원료삼의 부족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인삼농협을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인삼경작신고 제도를 인삼농협 또는 시·군으로 이원화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로 지난달 7일 ‘인삼산업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인삼농가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인삼농협에서는 오랜기간 쌓인 기술을 중심으로 지도사 직원을 동원해 면적확정에 끝나지 않고 재배관리 자문, 자금신청 및 회수, 수매 등 수확까지 관리를 하는 등 사후관리를 지속적, 전반적으로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정책을 펴면서 소비지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규모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삼에 관련해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시·군으로 인삼경작신고를 이원화하면 인삼농가의 결사체인 인삼농협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 뻔하다. 인삼농협이 약해질수록 한편으로 경쟁 상대이면서 국내 독점적으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삼공사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의혹이 높다.
또한 인삼경작신고를 시·군으로 할 경우 각 시·군은 관내에 소수의 인삼농가가 있을 경우 이를 관리해야 할 담당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이는 행정인력과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조치로 차라리 동원 가능한 예산이 있다면 현재 인삼농협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인삼농가는 주장하고 있다.
인삼은 4~6년 장기적으로 재배해야 하는 농산물이지만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은 특성상 자리이동이 빈번하다. 새로 부임하는 직원이 관내 인삼농가 상황을 다시 파악해야 하고 재배 등과 관련 자문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문적인 기술이 쌓여 즉각적인 자문과 지도가 가능한 인삼농협에 비해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대응력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한마디로 전문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대 농민 봉사정신도 의문시되고 있다. 인삼농협은 토요일, 일요일 구분 없이 농가에서 요청하면 연근확인을 해주고 있으며 그야말로 머슴정신으로 농가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다. 과연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인삼농협 직원처럼 근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인삼농가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인삼공사는 원료삼 확보를 위해 인삼농가와 직계약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삼농가는 인삼공사와의 계약여부를 인삼농협에 위임, 규모화를 통해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나 인삼공사가 직계약을 늘리면서 인삼농협 단합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박종운 경기동부인삼농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은 “농가가 조합에 계약을 위임하는 것이 농가 전체적으로 유리한데 인삼공사가 직계약으로 조합을 분열하려 하고 있다”며 “농가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자금난 때문에 인삼공사와 직계약을 하고 있고 인삼공사도 이러한 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박 조합장은 또한 “농가실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가의 뜻을 잘 알고 있는 농협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인삼공사에 끌려가면 농가수취가격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인삼공사의 외국인지분율은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설립한 인삼공사는 모기업인 담배인삼공사가 2002년 KT&G로 민영화함에 따라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라는 명칭에 대한 오해로 많은 소비자로부터 공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사(公社)라 함은 사전적 의미로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공공기업체의 하나’라는 뜻으로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공법인으로서 정부의 감독을 받으며 공과금이 면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정관장’ 또한 ‘정부가 관장하는 공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나 2002년 민영화 이후 인삼공사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타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사명을 변경했지만 인삼공사는 10년째 사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공기업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줘 타 회사제품보다 신뢰감을 높여 구매를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삼공사가 사명을 변경하지 않는 것은 대법원이 2008년 사기업이 ‘공사’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직 상당수 소비자는 인삼공사를 공기업으로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한 덕을 인삼공사는 계속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삼공사의 모기업인 KT&G가 중국 연길시에 대규모 홍삼가공공장을 오는 8월을 목표로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 향후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중국외 지역 수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저가의 중국원료를 기반으로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될 경우 우리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소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저렴한 원료와 인건비를 비롯해 우수한 가공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로 유통하면 국내 인삼사업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 최만수 (사)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충북인삼농협 조합장)
정부, 진정한 농민목소리 귀 기울여야
일부 의견 듣고 밀어붙이기식 안돼

최만수 (사)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충북인삼농협 조합장)은 “정부에서 농민이 찬성하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다는데 진정한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일부 소수의견을 듣고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지난달 7일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인삼연합회가 주관한 ‘인삼산업법 개정 토론회’에서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인삼농가들이 어디에 경작신고를 하길 원하는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 농업기술센터, 인삼농협이 합의해서 여론기관에 위탁해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공사와 직계약하는 일부 대농가는 굳이 인삼농협에 신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경작인 몇 사람 때문에 제도를 변경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영세농가는 인삼농협에 신고하기를 원하고 있고 인삼농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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