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사만이 우리 농업 경쟁력

유병호 이사는 담양군 봉산면에서 4500평 규모의 수박 비닐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수박 재배로 한 해 수입 9천만 원을 올리며 가을철 고추와 메론, 토마토를 재배해 도합 연 1억 6천만 원의 소득을 거둬들이고 있다.
농사 잘 짓기로 지역 내에서도 널리 소문났던 유 이사는 지난 1998년 친환경 수박 재배에 첫 발을 내딛으며 제2의 농업인 인생을 걸어왔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하면서 1960년대의 농업을 떠올렸다고 한다. 4H운동을 벌이던 60년대의 농업이 바로 현재 친환경농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화학비료가 따로 없어 직접 퇴비를 만들어 땅심을 가꾸었고 농약 또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민 입장에서 볼 때 친환경농사로 변해야 하는 것이 옳고, 또한 친환경농사부터 늘어나야 이에 대한 인식과 구매도 증가하고 그러면 다시 친환경농사가 확대되리라고 내다봤습니다."
큰 포부와 미래에 대한 앞선 전망을 가지고 친환경농사에 뛰어들었지만 30년간 화학비료에 길들여진 땅을 하루아침에 되돌리기는 무리였다. 과일이 썩고 병충해가 들끓는 피해가 3년 내내 이어졌지만 길상농원에서는 농약과 비료 사용이 전혀 없었다.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과일 곯듯이 속도 같이 골아갔지만 유 이사는 오로지 땅심을 되돌리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 토양이 건강해져 농작물 피해가 저절로 줄어들었다.
"쑥, 미나리에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여러 약초를 골고루 섞어 푹 발효시켜 만든 액비를 싹이 올라올 때부터 조금씩 뿌려주는 게 영농 기술 중 하나라면 하나겠지요."
남다른 영농비법을 묻자 유 이사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친환경농사는 토양을 만드는 게 기본이라 계분, 돈분을 일절 쓰지 않고 볏짚을 이용해 충분히 숙성시킨 퇴비만 쓴다는 것이다. 15년간 친환경농사를 지어와 이제는 수박재배 명장 반열에 올라섰지만 아직 산적한 어려움도 아직 많다. 길상농원은 200평 크기의 밭에 모종 500개를 심어 대략 수박 400통을 수확한다. 농약을 쓰고 비료를 주면 95%까지 생산량을 올릴 수 있지만 여기에 욕심을 전혀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되며 나아가 땅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영농철학이 그 힘이다.
"친환경자재는 일반 자재보다 대개 2~3배 정도 비싸지만 생산된 수박은 평균시세보다 10%정로 더 값을 받지 못합니다. 단순히 생산량?생산비만 따져도 일반 가격대비 30% 정도는 더 받아야 하겠지요."
유 이사는 "많은 공을 들여 친환경 수박을 생산했지만 시세는 작년이나 올해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이 더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모종을 심을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 전 과정 동안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생산한 귀한 과일인 만큼 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에 친환경농산물 붐이 불고 있지만 정작 도매시장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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