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천·용인사무소장>
황인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천·용인사무소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4.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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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 판로, 학교급식서 찾자

 
정부는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 첫해와 지난해를 비교해 보니, 농가 수는 16만 1천 호로 32배 증가했고, 면적은 17만 3천ha로 35배 증가했다. 인증량도 185만 2천톤으로 21배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친환경농업육성정책 추진과 소비자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높은 관심의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과제도 있다. 첫째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로 소비자들이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점이다. 셋째로 일부 품목의 경우 상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넷째로 도매시장에서 우대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먼저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확보를 위해서는 학교급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최근 지자체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등 학교급식지원에 나서고 있고, 지원 대상도 전체 초·중·고등학교로 확대하는 등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에 제공하는 친환경농산물은 예냉·저온저장·선별·세척·안전성검사·포장·콜드체인 배송 등 일련의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고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하는 전문유통센터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친환경농산물에 일반농산물이 혼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센터는 오창농협이 운영하는 ‘청원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가 이에 부합된다. 이 센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을 받고, 청원군지역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 로컬푸드를 관내 49개 초·중·고등학교에  일괄 공급하고 있다. 또한 그 지역에서 생산이 안 되는 품목은 전국의 산지조직망을 통해 친환경농축수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이러한 식재료는 엄격한 품질검사와 유통이력추적시스템이 적용된다.    
필자는 이 같은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거점별로 설치하여 친환경농산물의 유통허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친환경농산물 유통량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에 확대할 경우에는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친환경농산물은 높은 재배기술이 필요하고 비싼 친환경자재를 사용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일반농산물과의 가격차별화는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경제불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는 대체로 가격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다. 그러므로 친환경농산물은 생산비 절감과 유통단계를 축소해 친환경농산물의 가격프리미엄(추가 지불의사)을 낮춰 소비자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친환경농산물이 우대받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면, 현재 도매시장에는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하는 전문경매장이나 전문중도매인이 없어 친환경농산물은 일반농산물과 함께 경매되고 있다. 이는 일정한 물량과 품목의 친환경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도매시장에 출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매 참가자들은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의 구분 없이 외형, 신선도, 색택 등 상품성을 보고 가격을 결정하며, 친환경농산물이라고 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농가는 친환경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일반농산물로 출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친환경농산물은 한살림, icoop 등 생활협동조합(생협), 대형유통업체, 초록마을, 급식업체, 직거래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농가에서 친환경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것은 신속하고 확실한 대금결제, 급식업체의 주문을 받은 중도매인의 요구, 안테나(상품선전)전략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친환경농산물의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다. 따라서 이 과제의 해결방안은 우선 미래세대의 건강증진을 위해 학교급식에서 찾아야 한다. 그 우선순위도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에 두고 점차 어린이집, 유치원 등으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농협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며, 또한 생산자는 품질향상과 코스트를 낮추는데 노력하여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층을 확보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