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평택과수농협 이사>
한도숙<평택과수농협 이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4.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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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농사로 돌아가야 하나 ①

 
배농사를 지으며 2000년 품질인증을 받았다. 이후 2002년 저농약으로 전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목반을 이끌면서 품질인증을 받을 때도 수많은 고충이 있었다. 각기 다른 정체성들이 하나의 상표와 품질로 협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 그동안의 질서에 안주하다가 갑자기 생경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는 농부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농촌 리더들의 자기헌신이 담기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이다.
33농가가 참여한 면단위 배농가의 작목반이 인증과 비인증 둘로 갈라지는 고통이 따랐다. 그 후 다시 친환경저농약으로 전환할 때에도 몇몇 나이든 농가들은 탈락하고 말았다. 물론 그에 따른 공동체 질서의 혼란과 갈등은 필수로 동반 되었다.
그래도 농업의 환경과 전체 생태계의 문제, 소비자 건강 등을 생각하면 안가면 안 되는 일이었다. 실험은 끊이지 않는다. 바로 무농약 실험에 몇몇 농가가 참여했으나 흑성병에 타격을 입었다. 몇 농가는 경제적 손실을 담보할 수 없자 실험재배를 포기했다.
몇  농가가 다시 시도해봤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타 지역의 몇몇 농가가 무농약에 도전 성공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지리환경적 영향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문제는 그들도 무농약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생협과 운 좋게 출하계약을 한 농가는 최대한 노력하여 어느 정도 수지를 맞추며 무농약 농사의 모범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농약 농가는 재배상의 문제와 판로의 두 가지 문제에 봉착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한 채 저농약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것은 전 김성훈 농수산부장관의 판단 오류인가? 김 전 장관의 생각은 저농약이라는 전환기를 두고 농민들이 스스로 무농약과 유기농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둘 생각이었다. 그래서 많은 유기농선생들의 논리를 인정하면서 그들을 설득해 저농약농산물 인증을 실시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시장이었다. 일단 시장은 저농약 농산물 판매에 비협조적이었다. 관행농산물과 동시경매를 진행하는 등 애초부터 저농약 농산물의 차별화를 인정하지 않았다. 소비자 또한 저농약이라는 농약에 대한 혐오가 커 좀처럼 소비시장이 확대되지 않았다. 이후 생협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인증을 우선하면서 그나마 활로를 찾게 되었다. 그것이 최근 몇 년에 불과하다.
이제 학교급식 등 공공 부문의 급식이 확대되고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보장 될 듯이 보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전국연합회가 발 빠르게 창립되면서 여기저기서 친환경급식이라는 취지와 목적을 상실한 채 자기 몫을 챙기기에 급급해 하며 상호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원인 분석은 다함께 논의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농정당국이 견지해온 농업경쟁력 강화가 가져온 필연의 결과물로 보인다. 안전한 농산물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급으로 학교나 단체가 먹거리를 통해 국민적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