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농원 김영길 대표(경기동부과수농협 이사)
영화농원 김영길 대표(경기동부과수농협 이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4.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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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부터 제초제 일절 안 뿌려"

▲ 경기동부과수농협 김영길 이사가 복숭아 꽃눈을 추가로 따내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대를 이어 복숭아농장을 경영하는 경기동부과수농협(조합장 이종태) 김영길 이사는 밭 6500평을 가꿔 한 해 순소득만 1억 원 넘게 올리고 있다.
복숭아 한 그루에 4.5kg들이 30상자를 거뜬히 수확하고, 심지어 45상자 이상 거둬들이는 나무도 수두룩해 복숭아의 본고장 장호원 내에서도 우수 영농가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좋은 묘목 심기가 우선이지요. 시장에 나오는 묘목을 사서 쓰지 않고 직접 접목해 밭에 옮겨 심습니다."
직접 접목한 나무는 300g도 넘는 굵직한 복숭아가 열리는 반면 사다 쓴 묘목은 과실 굵기도 들쭉날쭉한데다 보통 200~250g 사이의 열매가 많이 맺힌다고 한다. 대목용 꽃눈은 가지 중간치가 가장 상품인데 묘목을 대량 생산하느라 가지 위아래 꽃눈까지 다 쓰다보니 그만큼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접목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꽃눈정리라고 강조했다. 보통 3월 하순이면 하늘을 향해 난 꽃눈을 모두 훑어낸다. 종전처럼 열매가 맺힌 뒤 솎는다면 그만큼 나무 양분이 버려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길 이사가 이미 30년 전부터 시행해온 영농법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밭에 잡초가 넘쳐나도 제초제를 일절 쓰지 않고, 가을에 퇴비작업을 서둘러 마치는 것. 이 또한 그가 복숭아밭을 본격적으로 일굴 때부터 매년 반복해 온 일이다.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도 수없이 받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웃들도 영화농원의 영농기술을 따라하고 있다.
"복숭아나무는 12월 초면 수면에 들어가는데 가을에 퇴비를 뿌려주면 봄철 나무가 잠 깰 무렵까지 네댓 달이 넘도록 땅심을 북돋아주지요."
김 이사는 "조금 과장하자면 나무가 땅속 영양분을 쑥쑥 빨이 들이는 게 보인다"며 환히 웃어보였다.
그러고 보니 영화농원은 다른 농장에 비해 나무 가지치기를 절반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남들보다 더 굵고 맛좋은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리는 까닭에 영화농장 문턱이 달도록 타 지역 작목반들이 영농기술을 배우러 몰려온다. 정보화시대니 뭐니 해서 근래는 예전보다 뜸하지만 그래도 내방객은 꾸준하다. 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말이 "환장하겠네"다. 시키는 대로 다 따라했지만 수확량과 품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지난 33년간 제초제 한 번 안 쓴 덕분에 땅심부터 다르지요. 기술은 배워바로 농사에 접목할 수 있어도 이것만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지요."
농사 역시 긴 안목을 두고 한 세대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는 김영길 이사의 선구적 영농철학이 유기농을 중요시하는 현시대 패턴을 무려 30년 전부터 이끌어 온 것이다.
/정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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