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렬(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단 책임연구원)
백봉렬(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단 책임연구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3.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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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품종대체 만생종 나와 주길 기대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사과는 19세기 말 서구 열강들이 우리나라로 세력을 뻗쳐 오면서 함께 도입되었다. 이후 일본의 진출과 함께 본격적으로 과수원이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광’, ‘홍옥’ 등의 품종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원산, 황주, 남쪽에서는 서울, 대구가 주요산지였다. 특히 대구는 신맛이 강하고 향기가 좋았던 홍옥 품종의 맛이 뛰어나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사과로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 이 후 ‘축’, ‘이와이’, ‘스타킹’, ‘골덴’(골던데리셔스), ‘인도’, 등의 품종들이 재배되다 사라지고 1980년대에는 후지(일명 부사)와 쓰가루(일명 아오리) 품종이 주류를 이루었다.
1988년,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과품종인 ‘홍로’가 육성됨으로써 우리가 만든 사과 품종이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홍로’ 이 후 ‘추광’, ‘감홍’ 등의 품종이 발표되었고, 1992년에는 대구사과연구소(현 사과시험장)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우리품종이 육성되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우리가 만든 사과품종으로 단연 으뜸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만든 홍로 품종이다. 9월 상순이면 수확이 가능하여 추석 선물이나 제수용으로 적합하다. 착색이 잘되고, 과실이 적당히 크며, 저장성도 좋다. 신맛이 거의 없고 단맛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먹을 수 있다. 재배하는 농업인의 입장에서도 꽃눈 착생이 잘 되어 재배하기 쉽고, 조기 수량성이 높아 소득향상에 도움이 된다. ‘홍로’가 육성됨으로써 추석사과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 전북 장수와 경남 거창은 ‘홍로’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사과의 맛을 대표하는 품종은 ‘홍옥’이다. ‘홍옥’은 대구지방 근처에서 재배하면 맛과 향이 뛰어나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상대적으로 신맛이 강해 한 두개 먹고 나면 더 이상 먹기 힘들다. . ‘홍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감홍’을 먹어보면 이렇게 맛있는 사과가 있었나 하고 감탄을 한다. 이 시기에 수확되는 사과는 품종도 다양하다. ‘양광’, ‘시나노스위트’ 등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도 나름 괜찮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맛으로 ‘감홍’을 따를 수 없다. 크기도 400g 이상의 대과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봉지를 씌워 재배한 후 착색관리를 하면 선홍색의 아름다운 과피색을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품위 있고, 고급스러우며 맛있어 누구라도 최고급의 품종이라 칭찬할만하다. 고두병 발생이나 봉지재배를 하지 않을 경우 검붉게 착색되는 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과실을 크게 키우지 않으며, 과피색이 검붉은 것이 더욱 맛있다는 것을 홍보하여 성공적으로 ‘감홍’을 재배하는 곳이 경북 문경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큰 과일을 좋아 최근에는 과일이 일상생활속에서 많이 소비되고, 나들이가 많아지다 보니 큰 과일 보다는 작고 휴대하기 편한 과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이에 맞추어 만든 품종이 ‘피크닉’이다. 피크닉 품종은 과일 크기가 220g 정도로 손에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색깔이 곱고 모양도 예쁘면서 맛있다.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고 아삭아삭한 육질감이 일품이다. 수확기가 9월 하순으로 이다. 요즘은 소포장 거래가 많이 되고 있으므로 홍보만 잘 된다면 판매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 사과 품종 중 가장 맛있는 사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큰 과일을 선호하는 농업인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 수 있다.
썸머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썸머드림’과 함께 여름에 수확되는 사과 품종이다. ‘썸머드림‘이 약간 편원형으로 생긴 중간정도 크기의 품종이라면 ‘썸머킹’은 원형의 중?대과 품종이다. 이 두 품종은 여름 사과는 신맛이 강하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여름에도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전에 ‘아오리’라고 불린 ‘쓰가루’를 여름에 풋사과로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름에도 잘 익은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썸머드림’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여 조만간 시장에서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썸머킹’은 2011년도에 품종등록된 최신 품종으로 내년부터 보급될 예정이다.
이렇듯 짧은 육종기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품종들이 육성되어 보급됨으로써 우리 사과품종의 보급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몇 몇 품종은 사과의 본고장인 유럽으로의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단에서는 사과의 신품종이 육성되면 전시재배를 통해 보급 가능한 품종을 발굴하고, 바이러스를 제거하여 우량한 묘목이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다. 또한 10월 중순 이후에 수확되어 겨울과 봄 내내 먹는 ‘후지’ 품종을 대체할 새로운 만생품종이 나와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