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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농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한·미 FTA다. 지난주 진행된 미국 워싱턴에서의 제1차 본협상에 이어 오는 7월, 9월과 10월, 12월까지 5차례 이상의 본협상을 통해 내년 3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인 한·미 FTA는 우리 농업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예견된다는 점에서 위기상황임에 분명하다.외국과의 FTA가 체결·발효된 것은 지난 2004년 칠레와의 FTA부터로, 포도로 대표된 원예산업에 대한 피해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 본격 대두됐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수입 농산물 시장에서 칠레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0.2%에서 지난해 0.6%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포도의 경우 체결전인 2002년 5,756톤, 2003년 9,453톤에서 체결후인 2004년 8,675톤, 2005년 11,192톤에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 14,291톤이 수입됐다. 농업부문에 있어서 한·칠레 FTA 효과는 2006년부터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 증가는 관세 인하라는 FTA 효과 외에 칠레의 농산물 수출가격 변화,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이 혼재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포도농가의 피해는 폐원보조 등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과 피해에 대비한 출하 시기 조절 등 농가의 경영 안정 및 경쟁력 제고 노력으로 최소화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원예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나 적절한 대책마련과 농가들의 노력으로 피해를 줄인 한·칠레 FTA에 비해,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FTA는 예상되는 피해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정부의 사전 대책마련 면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림축산물 전체 교역액(141억 달러) 중 대미 교역액은 18%(25억 달러)였다. 대미 교역액 중 미국으로 수출비중이 11% 가량인 반면 수입비중은 89%로, 양국 간 농산물교역에서 우리나라는 전적인 수입구조를 갖고 있다.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전체 무역수지는 140억 달러 흑자였지만 농림축산물 무역수지는 19억 달러 적자였던 점도, 한·미 FTA 협상추진에 있어 정부가 우리 농업을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예산업 분야에서는 미국산이 현재 국내 수입 오렌지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이미 10년전 국내로의 사과수출을 위해 검역을 요청해 현재 위험평가가 진행중이다. 감귤은 물론 다른 주요품목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피해를 감안할 때, 한·미 FTA에 대비한 사전대책 마련은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외협상대책과 동시에 사전에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국내대책이 선결과제다.취약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구조조정 지원대책과 피해농가 소득 보존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농업관련 각 품목별 뿐만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FTA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귤과 같은 초민감품목의 관세철폐 예외는 물론 품목별 민감도와 중요성에 따라 장기간의 이행기간과 다양한 감축방식을 설정해야 한다. 농산물에 대한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타분야의 양보도 필요하다. 미국이 '농업부문의 예외없는 전면 개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농산물 품목에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취약성과 민감성을 설득한다면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미 FTA가 향후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간의 FTA협상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농업, 원예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대외협상 및 정부부처간 협의노력이 중요하다. 예상치 못한 수입 급증으로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특별세이프가드 규정 마련등 경쟁력 있고 가치있는 우리 원예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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