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국내 주요 재배 품종은 ‘신고’로서 1930년대에 국내에 도입된 일본 품종이다. 기존 품종 중에서 재배가 용이하고 유통 특성이 우수하며 수려한 외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지만 서리피해 등 기상재해나 병해에는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배 잎검은점병에 발현성이며, 진균류에 의해 발병하는 배 검은별무늬병에도 매우 약하여 유기재배 시에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는 품종이다.
국내 배 재배 농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효과적인 병충해 방제 방법을 확립하는 것이다. 배를 재배할 때 문제가 되는 주요 병해는 두세 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피해가 심한 병해는 배 검은별무늬병으로 단일 병해로 인한 피해가 전체 병해 피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유기재배 농가들은 재배 특성상 화학 제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병해 방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재배를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토질 개선이고, 다음으로 유기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여 재배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들을 대상으로 배 재배농가의 검은별무늬병 발병 정도를 확인한 결과, ‘만풍배’, ‘추황배’, ‘감천배’가 ‘신고’에 비해 뚜렷하게 이병률이 감소되어 이들을 유기재배에 적합한 품종으로 추천코자 한다.
만풍배는 1997년에 배시험장에서 육성한 중생종(숙기 9월 하순)으로 평균과중 770g의 대과이며, 당도는 13.3˚Bx인 고품질 품종이다. 풍부한 과즙과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오래 가는 장점 등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다. 만풍배는 배 잎검은점병에 비발현성이며, 또한 배 검은별무늬병에도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이병률은 신고가 평균 31%, 만풍배는 1/4 수준인 7% 내외이었다(표1). 특히 독특한 녹갈색 외피가 특징인 만풍배는 최근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재배면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추황배는 1985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숙기는 10월 하순이며, 평균과중 450g의 중소과로서 14.1˚Bx의 높은 당도가 산미와 어우러져 맛의 조화를 이룬 품종이다. 아삭한 질감과 새콤달콤한 맛은 젊은 세대층과 서구인의 입맛에 알맞다. 추황배 또한 만풍배와 마찬가지로 병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배 검은별무늬병 이병률을 살펴보면, 5% 내외로 신고에 비해 이 병에 강한 특성을 보인다(표1). 최근에는 나주를 중심으로 ‘추황배작목반’을 형성하여 그 재배면적을 넓히려는 움직임 또한 일어나고 있어 주요 신품종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품종이다.
감천배는 1990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숙기는 10월 상순이며, 평균과중 590g의 중대과이다. 평균 당도가 13.3˚Bx인 이 품종은 병해 저항성이 강한 단배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아 먹었을 때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 유기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검은별무늬병 이병률은 신고보다 10% 이상 낮게 나타났다(표1).
만풍배, 추황배, 감천배는 각각 다른 숙기를 가지고 있으며, 맛 또한 서로 다른 품종들이다. 배 유기재배 농가뿐만 아니라 관행재배 농가에서도 이들 품종을 활용한다면 숙기에 따른 분산출하로 노동력과 출하가 일시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 검은별무늬병에 강하고 잎검은점무늬병에도 비발현성을 보이는 등 병해에 강한 특성으로 인해 병해 방제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시험장 원경호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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