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로 재배된 채소는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가?

때마침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어 금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마다 텃밭채소 가꾸기를 위한 주말농장 등의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다수의 텃밭 채소 재배자는 친환경을 원하고 필자도 텃밭 재배는 당연히 친환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친환경농업육성법 제2조에 의하면, ‘친환경농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수산업·축산업·임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축·임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유기재배 뿐 아니라, 화학자재를 알맞게 사용하여 환경을 해치지 않고 인체에 안전하게 재배한 것도 친환경 생산물로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화학비료는 친환경이 아니며, 농약이나 비료 등의 화학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재배만이 친환경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유기농산물은 값이 비싸 부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유기질 비료(퇴비)을 사용해야 채소의 맛이 좋아지고, 영양분이 많아지지 않을까?’, ‘화학비료로 재배된 농산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 세계적인 영약학자이며 [내추럴리 데인져러스]의 저자인 콜먼 박사는,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재배한 농산물은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영양학 교수인 뷔겔 박사는 ‘유기농 채소와 화학비료로 기른 채소는 미네랄 성분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도시민들은 유기질 비료만으로 재배하는 것이 친환경 재배라고 오해하고 있으며, 어째서 좋은 유기물을 먹고 자란 배추나 상추가 화학비료만 먹고 자란 것과 영양분이 같을 수가 있을까?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어떻게 흡수하는지를 이해하면 그 의문은 금방 풀릴 것이다. 아무리 좋은 양질의 유기물을 공급하여도 식물은 그것을 바로 흡수할 수가 없다. 토양에 투입된 유기물은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토양 미생물에 의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이온 형태로 변화된 후에야 흡수가 가능하다.
텃밭 재배의 경우, 질소 성분은 대부분 질산태 질소(NO3-)의 형태로 흡수된다. 인산, 칼리, 칼슘 등의 다량원소와 철, 붕소 등의 미량원소도 모두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한 후 흡수된다. 화학비료를 줄 경우에도 식물의 뿌리는 유기질 비료를 주었을 때와 동일한 형태의 양분을 흡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비료로 재배한 채소는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고, 영양성분도 유기농 채소와 차이가 없다. 결론적으로, 유기물을 사용하든지, 화학비료를 사용하든지, 양액을 사용하든지 식물이 흡수하는 양분은 동일하다는 이야기이다.
유기물이든 화학비료이든 작물의 생육에 꼭 필요한 알맞은 양만 시비하면 모두 친환경재배이다. 토양 중의 비료의 분해 과정와 흡수, 유기물과 화학비료의 장단점 등 텃밭 채소의 합리적인 시비 방법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 이재욱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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