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컨테이너 수송 항공 대비 60% 물류비 절감

최근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딸기, 샤인머스켓, 참외 등은 고품질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매김하며 동남아시아, 북미 시장에서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 농산물은 수송 중 품질이 떨어지기 쉬워 물류비가 많이 드는 항공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선박 수출은 품목과 시기에 제약이 많고, 장거리 수출 시 손실률이 높아 클레임이 잦다. 예를 들어, 참외는 일본처럼 인접 국가는 선박 수출이 가능하지만, 수송일이 7일 이상 소요되는 국가로는 수출이 어렵다.
특히 수확량이 집중되는 5~7월은 내수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이 필요하지만, 고온으로 품질 유지가 더 까다로워 선박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장성이 비교적 높은 포도, 배 역시 저장기간이 3~4개월을 넘기면 품질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중단되기도 한다.
더욱이 2024년부터 WTO 제10차 각료회의 결정에 따라 수출 물류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중단되면서, 고비용 항공 수출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K-농산물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공 중심의 체계를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선박 수출 기술의 고도화와 적용이 시급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 기반 수송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 기술은 온도뿐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과실의 호흡을 억제하고, 부패와 연화 속도를 늦춰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연구진은 2021년부터 국내 수출 환경에 맞춰 기술 개발을 본격 추진해 왔다. 한국 농산물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설정하고, 여러 품목을 혼합 수출하는 현실에 맞춰 서로 다른 저장 특성의 최적 조건을 도출하는 혼합 수송 기술 개발이 그것이다. 2024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실용화에 돌입했다. 품목별로 새로운 선박 수출 모델을 확립하고, 복합 기술을 적용해 저장성과 수송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였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CA 기술을 도입한 수출업체 중 한 곳은, 홍콩 전문매장에 매주 10종 이상 품목을 납품하면서 항공 대비 60%가량 물류비를 절감하고도 품질은 동일 수준으로 유지, 대부분 항공 수송 물량을 CA 컨테이너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사례로, 기존에는 6~7월에는 선박을 통한 참외 수출이 어려웠으나, MA 필름과 CA 기술을 접목하여 싱가포르에 고품질 참외를 안정적으로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포도도 미주 수출 시 수송 지연으로 냉장 컨테이너에서 손실이 발생했으나, CA 컨테이너는 품질 유지에 효과를 보여 클레임을 줄이고 수출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기술 기반 수출이 경제성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농산물은 이제 단순 수출 품목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연결된 브랜드 자산이다. 물류와 품질 문제가 단순한 클레임을 넘어, 국가 농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하는 만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추진하는 CA 기술 활용 선박 수출 모델 개발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민간과의 협업, 현장 실증을 통해 기술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한국 농산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지현<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