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농기원, 분자마커 정밀진단키트 개발로 선제적 대응

파프리카 수경재배의 고질병으로 알려진 ‘털뿌리병(Crazy root)’에 대응할 수 있는 억제균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병 발생률을 90% 가까이 낮춘 실증 결과까지 확보돼, 방제 수단이 전무했던 농가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털뿌리병은 수경재배 파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며, 뿌리의 과도한 생장으로 줄기와 잎의 영양생장 기간이 길어지는 반면, 꽃이 적게 피고 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지연돼 수확량과 품질 모두에 큰 타격을 주는 병이다. 정식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수확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지만, 명확한 방제 수단은 그동안 부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병징이 나타난 식물체에서 병원균을 분리·분석한 결과, Agrobacterium 속 세균이 털뿌리병의 주된 원인균임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와 함께 기술원은 수경재배 파프리카의 뿌리에서 유용 미생물 2종을 분리해 억제균주로 개발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남 주요 농가에 시범 적용한 결과 병 발생률이 80~90% 수준까지 감소했다. 억제균은 병원균의 생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생육 전환이 원활해지고 수량 저하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진단과 대응 체계를 함께 갖춘 점에서도 주목된다. 병원균의 특이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분자마커 정밀진단키트가 개발돼 조기 진단과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으며, 4월과 6월 중에는 장기적인 방제 효과를 점검하는 후속 모니터링도 예정돼 있다.
기술원은 균주 대량 생산 기술과 병 억제력 향상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실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털뿌리병에 대한 첫 실질적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정찬식 경남농업기술원장은 “그동안 농가가 병의 정체도 모른 채 피해만 반복해왔다”며 “이번 억제균주 개발은 파프리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