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유연한 적용 필요 … 정부 등 협력해 실질적 대책 마련 최선

“이번 산불 피해는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경북 농업의 근간과 농민들의 삶의 터전 자체를 송두리째 앗아간 최악의 참사입니다.”
서병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은 최근 경북 의성·청송·영덕·영양·안동 등 사과 최대 주산지를 덮친 초대형 산불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특히 피해 규모가 막대한 사과 농가들의 경우 정상적인 생산과 수확까지 최소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해 지역 농업 전반에 장기적이고 심각한 여파가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조합장은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4만8,150㏊의 산림을 태웠다”며 “이는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서울 면적의 80%에 달할 만큼 심각한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31일 경북도 피해 집계 현황에 따르면, 주택 피해는 전소 3,556채, 반소 25채, 부분 소실 36채로 모두 3,617채의 주택이 피해를 봤다.
지역별로는 영덕이 1,356채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안동 1,230채, 청송 625채, 의성 296채, 영양 110채로 파악됐다.
농축업 피해는 농작물 1,555㏊, 시설하우스 290채, 축사 71채, 농기계 2,639대 등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농작물 피해 규모는 안동 1,097㏊, 의성 215㏊, 청송 178㏊, 영양 65㏊이며, 이 중 과수농가가 1,490㏊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경북 최대 주산지인 사과 농가의 피해는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만 500㏊를 넘어서고 있어, 전체 과수 피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서 조합장은 “농가들이 창고에 보관해 둔 지난해 수확한 사과까지 소실됐다”며 “단 한순간에 2년 치 농사를 모두 잃은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피해 접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고 있어, 공식 집계보다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며 “농기계 한 대, 저온창고 하나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농가의 경영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라고 호소했다.
또 “불길에 직접 타버린 나무뿐 아니라 겉보기에 멀쩡한 나무조차 강한 열기로 꽃눈이 손상돼 올해 꽃이 피지 않고 열매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까지 육안 조사만 진행된 상황으로, 정확한 피해는 4월 중순 개화기를 지나야 완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를 새로 심고 키워서 상품 가치가 있는 사과를 수확하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내년도 묘목 수급난까지 예상돼 장기적인 피해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 조합장은 이번 산불로 일부 농가에서는 가족을 잃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경제적 손실을 넘어 삶의 기반 자체가 붕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 조합장은 “조합 자체적으로도 꾸준히 피해 사례를 접수 중이지만, 아직 피해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지역도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 집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산불 발생 직후 농협은 즉각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해 생수, 긴급구호물자 등 필수 생필품을 현장에 신속히 지원하는 등 초동 대처에 최선을 다했다”며 “현재 영농지도사들이 현장에 투입돼 생육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등 피해 농가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서 조합장은 “화재로 인해 꽃이 피지 않거나 과실이 맺히지 않을 경우 수확량 감소에 대한 보상은 가능하지만, 과수 나무 자체의 피해는 ‘특약’에 가입한 농가에 한정돼 있다”며 “대규모 재해 상황에선 특약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농가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 농가가 하루빨리 영농을 재개하려면 신속한 피해 조사와 함께, 보상 범위의 유연한 적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조합도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농가의 보상 확대를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 조합장은 피해 조합원들을 위한 중장기 지원 방침도 강조했다. 정부 및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조합 자체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책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서 조합장은 “조합원은 우리의 가족”이라며 “농가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조합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