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분수·고접 지원 사업지침 개정 … 안정 공급 방안 지속 마련

배 인공수분을 앞두고 꽃가루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가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수입 배 꽃가루 가격이 20g당 6만 원까지 오르며 1년 새 2만 원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올해 배 과수원 1ha당 인공수분 비용도 지난해 70만 원에서 올해 92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 재배 면적의 84.5%를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자체적으로 꽃가루를 생산하지 않아 인공수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농가들이 인공수분에 사용할 꽃가루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꽃가루를 생산할 수 있지만, 높은 인건비와 짧은 채취 기간 등으로 인해 경제성이 낮아 농가들이 직접 채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가들은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수입산 꽃가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택원예농협 관계자는 “국산 꽃가루는 인건비 부담이 크고 채취 기간이 짧아 경제성이 낮다”며 “이러한 이유로 농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꽃가루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산 꽃가루 사용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중국 내 꽃가루 수요 증가와 검역 강화, 병해 문제 등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거에는 수입 꽃가루 가격이 연간 5,000원 정도씩 상승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단숨에 2만 원 가까이 오르며 예년과는 다른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안성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매년 꽃가루 가격이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올해처럼 한꺼번에 2만 원 가까이 급등한 적은 없었다”며 “이미 농자재와 인건비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꽃가루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생산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꽃가루는 가격이 높고 채취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사용이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산 꽃가루를 구매할 경우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희 한국배연합회장(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꽃가루 가격 상승 문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단기적인 대책 마련에만 급급하다”며 “현재 추진 중인 꽃가루 조성단지 사업은 수분수를 새로 심어 꽃가루가 생성될 때까지 최소 6년이 걸려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폐원하는 농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기존 나무를 제거하지 않고 잘라낸 뒤 수분수를 접목하면 생육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며 “이 방식은 폐원 농가에 임대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분수 재배지 조성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국내산 꽃가루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2024년부터 수분수 식재와 고접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지침을 개정했다”며 “농가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꽃가루 공급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