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꽃가루 값 폭등 … 언제까지 수입 의존할 것인가
배 꽃가루 값 폭등 … 언제까지 수입 의존할 것인가
  • 권성환
  • 승인 2025.02.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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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배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마다 오르는 꽃가루 값이 올해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며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 최근 수입 꽃가루 가격은 20g당 6만 원까지 치솟았고, 1년 새 2만 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배 과수원 1ha당 인공수분 비용도 지난해 70만 원에서 올해 92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와 농자재비 상승까지 겹친 상황에서 꽃가루 값 폭등은 농민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안기고 있다.

국내 배 재배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자가수분이 불가능해 반드시 외부 꽃가루를 공급해야 한다. 과거에는 꿀벌과 같은 곤충이 자연수분을 도왔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인공수분 의존도가 점점 높아졌다. 문제는 인공수분에 필수적인 꽃가루가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산 꽃가루는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수입산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농가들이 직접 꽃가루를 채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채취 기간이 짧고, 높은 인건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농민들은 값싼 수입 꽃가루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런데 올해는 중국 내 꽃가루 수요 증가와 검역 강화, 병해 발생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공급 자체가 끊긴 것은 아니지만, 시장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가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인공수분용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2022년까지 자급률 9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국내 꽃가루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조성된 채취단지 면적은 30.3ha에 불과하며, 2024년과 2025년 관련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았다. 농가들이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꽃가루 조성단지는 수분수를 새로 심어야 해 꽃가루를 얻기까지 최소 6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농가들은 폐원 농지를 활용해 기존 나무에 수분수를 접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폐원 농가에도 임대 수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꽃가루 공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가격 폭등 속에서 농민들은 더 이상 수입 가격 변동에 휘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매년 꽃가루 가격에 따라 배 농가의 경영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꽃가루 가격이 오를 때마다 농가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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