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배 닫힌 보상 … 보험 사각지대
터지는 배 닫힌 보상 … 보험 사각지대
  • 권성환
  • 승인 2024.10.16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중순까지 이어진 극심한 폭염과 폭우로 인해 전국 배 농가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수확을 앞둔 배들이 갈라지고 터지며 상품 가치를 잃었지만, 농민들은 재해보험의 사각지대에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무방비로 재난을 맞이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전국 주요 배 주산지인 안성, 평택, 천안, 아산, 나주 등지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봉지를 열어본 농민들은 상품성이 없는 배를 보고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소로 과일 표면이 타들어가거나, 폭우로 물을 머금어 껍질이 찢어진 배들은 모두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었다. 가공조차 불가능한 열과 피해는 농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 생산량의 70%까지 피해를 보고한 농가도 있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보상이 어렵다는 대답뿐이다.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은 일소 피해에 대해 보상을 인정하고 있지만, 특약에 한정돼 있어 많은 농가가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열과 피해는 생리적 장해로 분류돼 아예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일소로 손상된 배가 폭우로 물을 흡수해 열과처럼 터지는 복합적인 피해도 재해보험 제도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일소와 열과 피해로 인해 발생한 낙과 처리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더욱 절망하고 있다. 낙과된 배는 폐기 외에는 답이 없고, 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조차 만만치 않다.

NH농협손해보험 측은 약관 개정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은 뒷전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관련 제도 개선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을 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비슷한 재해가 반복될 가능성은 크다. 농민들은 더 이상 이 같은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지만, 대응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농민들이 더 이상 고립되지 않도록, 정부와 보험사는 신속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농가를 위한 근본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