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률 박사 “농산물 수급 불안 대응한 도매시장 기능 필요”
지난 40년간 국내 농산물의 유통을 담당해온 공영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형 물류에서 재고형 물류시설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최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중일 도매유통 정책세미나에서 ‘농산물 수급불안에 대응한 도매시장 기능과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률 박사는 32개 공영도매시장이 운영돼 신선 청과물 유통량의 50% 이상을 소비지에 공급해 온 주류유통경로로서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최근 들어 수년전부터 시장거래물량이 줄어드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어 농산물 시장주도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 동안 공영도매시장이 농산물을 보관하거나 저장 처리하는 종합적 저장유통물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농산물 수급조정 주체로서 지극히 제한적인 기능 밖에 하지 못하는 ‘통과형 물류(TC, Transfer Center)’기능만 담당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도매시장은 시설 측면과 거래방법 측면에서 수급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비해, 산지의 저온저장업체와 APC, 저온저장시설을 운영하는 농협과 농업법인, 유통법인들은 농산물 시장공급조절을 통해 시장유통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며 농협(생산자단체)의 도매시장 출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대형유통업체 등 소비지 직출하 비중이 늘어나(2021년 도매시장 출하비중 48.5%, 소비지 직출하 비중 51.5%로 출하 트렌드 교차 전환), 도매시장을 통한 수급조절 여력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산지유통주체의 출하물량 비중에서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민간 산지유통인에 비해 상재대적으로 높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산지유통인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도매시장경로 유통에서 정부의 생산자단체를 통한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정책 추진이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농산물 유통개선 정책 방향도 지금까지 줄곧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효율 증대와 이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에 있으며, 향후 정책방향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 최근 온라인 도매시장(B2B) 개설 운영 정책은 이 같은 정책 취지를 반영한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도매시장의 20%정도가 온라인도매시장으로 전환되고 경로 간 경쟁이 심화돼 도매시장은 주류경로의 하나로 정책적 관심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매시장이 물류시설과 기능을 대폭 보강해 통과형 물류 시설(TC)에서 재고형 물류시설(DC)로 과감히 전환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저장시설이 대폭 확충되면 재고관리를 통해 수급조절 기능도 할 뿐 아니라 경매 등 도매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매시장을 수급조절이 가능한 재고형 물류기지로 전환하면 도매시장 유통주체인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시장출하 농산물을 재고관리하고 저장, 포장 판매할 수 있도록 매수판매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도매법인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해 제도적으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