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시 2회 살포로 2~3년 지속 관리 필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전쟁에서 적을 공격하거나 물러서야 할 때, 부탁하거나 사과를 해야 할 때처럼 해충 방제도 시점이 중요하다. 해충 종류에 따라 방제 시기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발생을 확인하고 약제를 살포하면 큰 낭패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깍지벌레는 몸의 형태와 생태 특성으로 인해 더 정밀하게 관찰, 제 시기에 약을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깍지벌레 어린벌레(유충)는 자라면서 왁스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몸을 덮는 역할을 한다. 속에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알을 품고 있지만, 어른벌레에 농약을 살포하면 약이 몸에 닿지 않아 적절한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깍지벌레는 반드시 왁스가 나오기 전인 어린벌레 시기에 농약을 뿌려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017년도에 복숭아, 자두, 매실, 체리 같은 핵과류에서 뽕나무깍지벌레(Pseudaulacaspis pentagona) 발생상황을 조사하고 생태 특성 연구를 통해 방제 적기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언론 홍보나 현장 교육을 통해 알맞은 예찰 방제법을 알려왔다. 하지만 2024년도 발생 현황 조사 결과, 64곳 중 42곳에서 즉, 65.6%에서 여전히 피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도 벌레가 작은 데다, 매일 확인해야 한다는 예찰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현장에서 실질적 적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뽕나무깍지벌레는 연간 2∼3세대가 발생하며, ‘알에서 기어다니는 어린벌레’로, 이후 ‘가지에 정착한 좀 더 자란 어린벌레’, 그리고 ‘어른벌레’ 순으로 발육한다. 1세대를 대상으로 할 때, 방제 효과가 가장 높은 시기는 알이 모두 부화하는 5월 중순경이다. 약제는 부화한 어린벌레가 처음 발생한 날의 2주 후부터 5일 이내에 1차 살포하고, 이후 약 2주 후인 6월 상순경 2차로 살포한다. 2세대와 3세대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으나 1세대와는 달리 2∼3세대는 알, 어린벌레, 어른벌레 등 여러 발육단계가 혼재돼 있어 1세대보다 방제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1세대 때 정밀하게 관찰하여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생 밀도가 매우 높지 않다면 1세대 발생 때 2회 살포로 2∼3년 정도 지속 관리하면 깍지벌레 밀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발생 밀도가 매우 높다면 1세대 방제와 더불어 2세대 방제도 추가로 해야 한다. 2세대 대상 약제 살포 시기는 부화한 어린벌레가 가장 많은 7월 중순경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봄철기온이 상승하여 개화 시기가 10일 정도 앞당겨지고 있으며, 이러한 봄철 고온 현상은 뽕나무깍지벌레의 산란, 부화시기도 앞당길 수 있기에 앞으로는 위에서 설명한 방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방제 효과는 1주일 정도 차이만으로도 수십 퍼센트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해마다 부화한 어린벌레가 발생하는 것을 반드시 확인하고 방제 시점을 정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올해부터 뽕나무깍지벌레 어른벌레가 붙어있는 가지를 선정하여 표시해 놓고, 4월 하순부터 부화 애벌레가 발생하는 시점을 확인(예찰)한 후 방제 적기를 설정, 핵과류 주산지의 각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하여 방제 적기 알림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가 자리잡히면 핵과류의 문제 해충인 뽕나무깍지벌레의 방제효율을 높여 농약 사용량은 줄이고 핵과류 재배의 안전성과 안정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동환<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