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텃밭으로 이루는 지속 가능한 미래
공동체 텃밭으로 이루는 지속 가능한 미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3.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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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텃밭 세대간 소통과 다양한 문화 경험 기회의 장
사회적 연결망 강화 및 상호 의존성·협력 촉진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로봇의 개념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을 하여 결론까지 도출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주변에 시나브로 스며들어 조금씩 그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더욱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굳이 불편하게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 ‘지식을 수집하고 취합하여 인공지능에게 그 판단을 맡기면 된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는 확실한 의식일 것이다. 이런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내일을 준비해야 할까? 

인공지능의 발달로 갖게 된 여러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면 상호작용 기회의 감소로 인간 관계의 표면화, 감정적 연결 약화의 문제를 염려하고, 개인주의 성향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또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와 디지털 리터러시의 차이로 인한 사회적 격차의 심화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되는 여러 분야의 해결 방안들이 있지만, 필자는 공동체 텃밭 활동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텃밭은 사람들에게 직접 얼굴을 보며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단순히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협력과 협동의 미션까지 제공한다. 텃밭 안에서 사람들은 함께 땅을 고르고, 비료 포대를 나르고, 초록, 빨강, 노랑의 식물을 함께 심고 가꾼다. 자칫 사소해 보이는 이러한 행위들은 생각보다 꽤 엄청난 긍정 효과를 가져온다. 

텃밭 활동 자체가 가지는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 긍정 효과에 관한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되었고,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텃밭 활동 자체만으로도 건강한 신체를 위한 운동 효과를 가져오고, 스트레스 감소 및 우울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바위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야생화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내 삶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는 경험이 비단 필자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그런 생명을 직접 내 손으로 돌보고 가꾸며 느끼는 감각과 정서는 텃밭 활동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왜, 그리고 얼마나 큰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과학적 증명 없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텃밭 활동을 혼자서가 아닌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함께 한다면 얼마나 더 그 효과가 배가 될까? 공동체 텃밭은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에서의 상호 의존성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세대 간 소통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텃밭에서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급격한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막연한 불안을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의연히 맞닥뜨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핸드폰과 컴퓨터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햇볕 한 조각, 바람 한 가닥, 풀 내음 한 모금과 함께 해보자. 그리고 내일쯤은 커피 한잔 함께 나누는 동료와 작은 공간 한 편을 텃밭 삼아 꽃 한 포기라도 심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최세나<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