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한잔의 가치
차(茶) 한잔의 가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2.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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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체계 강화 및 항산화 기능 지닌 ‘차’
국산 차나무 우량품종 개발 필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나 호감이 가는 이성과 가까워지고 싶다거나, 반갑고 그리운 이를 만났을 때, 혹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무심코 툭 건네는 말이 있다. “차 한 잔 하자.” 우리는 이 한 마디의 힘과 행위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차는 기능적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현대인들에게 신체적·정신적 도움을 준다. 차의 폴리페놀은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가져 노화를 억제하고 암 발생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카테킨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테아닌은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뇌파 가운데 알파파에 영향을 미쳐 일상의 긴장감을 풀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차를 마실 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나라 선조들은 다례(茶禮)라는 차 의식으로 정신적인 평화와 집중을 중시하였다. 이처럼 ‘차 한 잔’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단순히 음료를 나누는 행위를 넘어 감정과 문화 교류, 정서적 안정, 건강 증진까지 모두 아우르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차의 이러한 가치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원래 본질적인 ‘차’의 의미는 차나무(Camellia sinensis (L.) O. Kuntze)의 새순을 제다, 가공해 우려낸 것이다. 따라서 차의 품질을 결정짓는 기본 요소인 차나무의 품종 개발이 필수적이다. 차나무 육종은 차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전 품종보다 더 높은 함량의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이상기후가 빈번한 지금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인한 동해나 병충해 등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차 품종을 개발해 안정적인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백차, 녹차, 청차, 홍차, 흑차 등 차의 종류별 적합한 특성을 지닌 품종을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는 차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차나무 품종은 22종이며, 이는 차 산업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차나무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재래종은 생육의 균일성이 떨어져 기계수확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나머지 재배면적은 대부분 일본의 차나무 품종(‘야부키타’ 등)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량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2016년 시행된 ‘차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차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차나무 품종 다양화를 위해 체계적인 육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교배육종과 분자 육종기술을 적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목표 특성을 지닌 개체를 선발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첫물차의 잎 색이 금색(노란색)인 ‘금다’ 품종을 출원하였다. ‘금다’는 일반 차나무보다 2~3배가량 높은 아미노산 함량을 지녀 차의 감칠맛을 높이고, 테아닌 함량이 높아 정신적 안정에 더욱 탁월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차 산업의 미래는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차나무 품종 개발에 달려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차 한 잔에서 시작되는 건강과 문화의 가치가 더 멀리 전파되길 바란다.

■홍하림<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