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씨가 식품 원료가 되기까지
대마씨가 식품 원료가 되기까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1.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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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종실 아토피 피부병 치료 효과 뛰어나
키작고 수량 많은 종실용 대마 육성 필요

대마(大麻)는 남으로는 적도 지역에서부터 북부로는 러시아, 핀란드까지 자생 또는 재배되는 생육 범위가 넓은 작물이다. 대마의 줄기는 의류용 섬유와 산업원료로, 씨알인 종실은 식품으로, 식물성 수지인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s)는 의약품으로 이용되므로 식물체 모든 부위와 생성물마다 쓰임새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00년 전부터 대마를 재배하여 이용해 왔다. 동의보감에서 변비치료제로 쓰이는 한약 재료 ‘마자인(麻子仁)’이 바로 대마종실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여러 종류의 곡물 중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곡물을 ‘오곡(五穀)이라 하였는데 오곡의 구성 곡물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현재는 쌀, 보리, 조, 콩, 기장 등이 오곡이지만 고대 삼국시대에는 기장, 피, 삼(대마종실), 보리, 콩 등이 오곡으로 간주되었다. 대마 종실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햄프시드 너트(껍질을 벗긴 종실)는 과자류, 스프류 등으로, 햄프시드 오일(종실 기름)등은 샐러드 드레싱유 등 고급 식용유로 이용된다. 또한 대마 종실에는 다른 기름작물에 함유돼 있지 않은 ‘감마리놀렌산’이 들어있어 어린이들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종실용 대마 재배와 식품 이용이 이뤄진 것은 2002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저 마약형 섬유용 대마 품종 ‘청삼’과 ‘자성 종자 생산기술’이 보급되면서부터이다. 대마는 암수딴그루 식물로 암그루와 수그루 성비가 1:1이기 때문에 전체 50%를 차지하는 수그루에는 종실이 맺히지 않아 종실 수량이 10a당 100㎏ 정도로 생각보다 적다. 그러나 자성종자는 후대에 100% 암그루만 나오는 종자이므로 채종재배 시 수분수로서 일반 종자(성비 1:1)를 10%만 심어도 전체 암그루 수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을 종실용 대마 생산 희망 지자체에 이전한 결과, 해당 지자체에서는 대마 종실유를 이용하여 화장품을 제조하는 한편, 지역 특성 요리로 식당에서 참기름 대신 대마 종실유를 활용한 비빔밥을 내놓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관련 사업이 번창하는 듯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대마종실 식품 관련 규정 미비로 대마종실이 마약류로 간주되어 담당 공무원과 대표 농업인이 마약사범으로 1년 동안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는 힘든 시기도 있었다.

대마 종실에는 대마초 도취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가 아주 적게 들어있어 도취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대마종실 식품 사업화 의지는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마종실 관련 규제개혁을 위해 관련 부처에 대마 종실에 관한 과학적 근거 제시와 외국산 대마종실 식품 수입, 판매 희망 사업자의 민원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로 대마종실 식품의 생산, 판매 합법화가 실현되었다. 

현재 종실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섬유용으로 육성된 ‘청삼’으로 키가 커 쓰러짐에 취약하고 수확 작업에 노동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종실용으로 부적합한 면이 있다. 따라서 국내 종실용 대마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키가 작으면서 종실 수량이 많은 ‘종실용 품종’ 육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적합한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소비 촉진을 위해 식품뿐 아니라 여러 용도별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유통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윤호<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