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신품종 무엇을 심어야 할까?
감귤 신품종 무엇을 심어야 할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1.1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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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귤 육성, 농가 선택폭 넓혀
12월 수확 품종 개발로 겨울내내 고품질 감귤 수확

농사의 시작이 씨를 뿌리는 파종에서 시작되듯이, 감귤 농사 또한 묘목을 심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 작은 묘목이 농가와 20년 혹은 30년 동안 함께할 동반자가 되기에 농가들은 감귤 품종 선택에 한없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감귤 품종의 선택폭은 제한적이었다. 노지에서는 '궁천조생', '흥진조생', '유라조생' 등의 온주밀감이 주류를 이루었고, 만감류는 ‘부지화(한라봉)’, ‘감평(레드향)’, ‘세토카(천혜향)’ 등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들이 주로 선택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감귤 육성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국내에서 육성한 다양한 품종들이 농가의 선택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노지재배 품종 가운데 가장 많이 재배되는 ‘하례조생'은 11월 중순에 수확 가능한 품종으로, 기존 '궁천조생'보다 당도는 1°Bx 높고 신맛은 20% 정도 낮아 더 달고 덜 시다. 특히, 토양멀칭이나 하우스 재배 시 품질 좋은 과실 수확이 가능해 농가 보급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노지재배를 통해 11월부터 1월까지 수확 가능한 ‘미니향’은 탁구공 크기의 작은 과실이 특징이다. 평균 당도는 15°Bx, 산 함량은 0.8% 내외로 단맛이 강해 신맛을 싫어하는 소비자에게 알맞다.

만감류는 2020년대 들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와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여러 품종을 육성했다. 감귤연구소는 ‘윈터프린스’, ‘미래향’을,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는 ‘가을향’, ‘우리향’, ‘달코미’를 육성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10여 년 전 만해도 만감류는 연내에 수확되는 품종이 드물어 2∼3월 수확되는 만감류를 조기 출하했다. 이로 인해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이 유통돼 농가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12월 수확 품종이 개발됨으로써 이러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 무렵과 3월 이후 출하되는 국산 품종도 있다. 먼저, ‘탐나는봉’과 ‘사라향’은 명절 수요가 많은 ‘한라봉’, ‘천혜향’을 대체하기 위해 보급 중이다. 두 품종은 ‘한라봉’, ‘천혜향’보다 당도가 1°Bx 더 높고 수확기는 10일가량 빠르다. 3월에 수확할 수 있는 극만숙 품종으로는 ‘무봉’과 ‘옐로우볼’과 같은 개성이 넘치는 품종이 있다.

‘무봉’은 플라보노이드 성분 중 하나인 나린진 함량이 일반 온주밀감보다 많이 함유돼 있어 쌉싸름한 자몽 맛이 난다. ‘옐로우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껍질과 속살이 노란색을 띠는 품종으로 레몬보다 산 함량은 4% 낮지만, 레몬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또한 저장기간이 2∼3개월로 길어 한여름에도 처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육성된 감귤 품종은 30여 종에 이른다. 그러나 보급률은 2022년 기준 3.7%로 여전히 외국에서 도입된 품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수 특성상 품종이 개발되고 소비자에게 평가받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이 소요되기에 아직 30년 정도의 육종 연한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품종 보급의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차근히 소비자에게 다양한 특성과 맛을 가진 품종을 선보인다면 머지않아 국내 육성 감귤의 보급률이 도입 품종을 역전할 날이 올 것이다.

■박석만<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