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 비상(飛上)을 준비하다
고추냉이, 비상(飛上)을 준비하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2.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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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 한해 수입 10톤, 국내산 2톤 ‘고단가 작물’
국산 딸기처럼 우량 품종으로 육성 미래농작물 기대

아이가 돈가스를 좋아해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할 때 돈가스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먹는 횟수가 잦아지다 보니 돈가스는 이제는 ‘최애 메뉴’에서 제외돼 가는 중이다.

어차피 먹는 음식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돈가스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 고추냉이다. 특유의 알싸함과 향기를 지닌 고추냉이는 돈가스처럼 기름진 음식이 주는 느끼함을 한 번에 잡아준다. 이제 고추냉이는 돈가스를 끝까지 맛있게 즐기는 데 필수 요소가 됐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는 주로 생선회에만 곁들이던 고추냉이를 요즘엔 고기나 파스타 같은 요리와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다. 고추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매콤한 향과 알싸한 맛을 가지고 있어 잎과 근경(뿌리줄기)을 향신료로 사용한다. 원산지인 일본은 연간 1,885톤의 고추냉이를 생산하는데,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면서 약 100개 이상의 품종과 레시피를 가진 대표적인 생산국이자 소비국이 됐다. 그러나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10년간 일본의 고추냉이 생산량은 5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의 입맛이 바뀌면서 일본 식탁에서 고추냉이가 사라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2021년을 기점으로 고추냉이 수입 건수가 급증해 2022년 기준 160건 이상, 물량으로는 10톤이 수입됐다.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식당이나 마트에서 고추냉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고추냉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돼 2022년 기준 2톤가량 유통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추냉이는 저온 음지성 작물로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지만 단가가 높고 부가가치가 크다는 면에서 매력이 큰 작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철원, 태백 등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추냉이를 특화작목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고품질의 고추냉이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와 스마트팜 주력 품목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특용작물 중 수출유망 작목으로 고추냉이를 선정하고 국내외 시장 동향을 조사했다. 최근 싱가포르를 테스트마켓으로 설정한 뒤 현지 레스토랑 요리사 대상으로 한국산 고추냉이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 고추냉이는 일본산 고추냉이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매력적이면서도, 향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현재 주로 사용하는 일본산과는 다른 크기나 색깔, 경도 등 외적 특성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고추냉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고추냉이는 농가, 지자체, 연구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현재의 재배와 유통을 만들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현지 전문가의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일본산을 대신할 만한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만족하기엔 이르다. 고품질의 고추냉이를 생산하고 안정적인 국내·외 소비처가 구축되도록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딸기 시장은 일본 품종이 지배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설향’과 ‘금실’ 등 국내 우량 딸기 품종이 육성돼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도 인정받는 프리미엄 과일로 사랑받고 있다. 딸기의 사례처럼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고추냉이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날이 오길 기대한다.

■유진<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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