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과 향기, 서양배로 새시장 개척
새로운 맛과 향기, 서양배로 새시장 개척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1.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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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배 생산 35% 차지하는 ‘서양배’
초밀식 재배 가능하고 기계화 적합해

지구촌의 많은 나라는 ‘세계화’, ‘자유무역’, ‘디지털화’로 물리적인 장벽을 넘어 실시간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다양한 누리소통망(SNS) 채널을 통한 활발한 교류는 문화적 다양성과 보편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에는 귀하게 여겼던 커피나 열대 과실, 그리고 별로 접하지 못했던 치즈, 파스타, 초밥 등이 보편화됐다. 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음식은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늘고 다문화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전통 식품과 함께 품목별로 새로운 먹거리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배는 우리나라 제1의 과수 수출 품목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과일이지만 껍질을 깎아야 하는 불편함과 한 번에 소비할 수 없는 크기,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함 등으로 MZ세대나 핵가족화 시대에서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일상 소비용 중소과 등 유통기간이 길고 맛이 뛰어나면서 안정 생산이 가능한 품종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신수요 창출을 통한 우리나라 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배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보이는 서양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에서 생식용으로 재배하는 배의 종류는 크게 2가지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생산되는 동양배(Pyrus pyrifolia, Pyrus ussuriensis, Pyrus bretschneideri), 그리고 유럽, 미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되는 서양배(Pyrus communis)가 그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원산지에서 동쪽으로는 동양배로, 서쪽으로 이동한 배는 조롱박 모양의 서양배로 진화하였다. 코카서스 지역에서 서쪽인 지중해 연안, 서남아시아 등으로 전파된 서양배는 유럽에서 개량되면서 현재 세계 배 생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배는 우리나라 배보다 석세포가 적고 향기와 단맛이 강한 품종이 많다.

또,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도 충족이 가능한 과형, 과피색, 식미를 가지고 있다. 동양배보다 생산량은 적지만 유럽, 미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호주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어 소비자 층이 넓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동양배 재배 면적은 감소하고 있지만 서양배는 점차 증가하여 재배면적의 11.7%, 생산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배는 사과와 같이 왜성대목을 사용해 재배함으로써 유럽에서 밀식(1,000주/ha) 또는 초밀식(3,000주/ha) 재배가 가능하여 생산량을 높일 수 있고 기계화에 적합한 과원 조성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에서는 겹무늬썩음병과 복숭아 순나방 피해가 있어 환경에 적합한 품종 선발과 함께 새로운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서양배는 고대로부터 그 맛과 향을 인정받아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하면서 산업적으로도 활성화되어 과즙음료인 넥타를 비롯하여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음료로 개발되었다. 특히 페리는 세계적인 음료로 성장하여 프랑스 중남부의 와인, 북부의 시드르와 함께 대표적인 과일주 중 하나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서양배는 잼, 통조림, 건과(칩), 보드카, 차(Tea), 아이스크림의 가공제품과 다양한 디저트류로 소비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생식용 배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서양배를 활용해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배를 생산하고 신선편이 식품, 가공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일섭<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