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은 버섯 유전자원 연구의 출발
표본은 버섯 유전자원 연구의 출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9.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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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유전자원 표본 연계된 연구 활용시
품질 뛰어난 유전자원 관리체계 강화 기대

모든 생물체를 다루는 연구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연구대상인 생물체를 정확하게 동정하는 것이다. 동정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 만든 생물의 표본이나 어떤 생물을, 각종 도감이나 검색표 등에 의하여 비교 검토하여 이미 밝혀진 분류군 중에서의 그 위치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동안 동정은 주로 형태학적 특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에는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염기서열의 대량분석을 통한 분자생물학적인 분류 동정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다만 버섯의 경우에는 분자생물학적 방법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태적 특성에 기반한 분류 동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형태학적인 분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표본’이다.

표본은 생물체의 전체 또는 일부를 영구보존 처리된 것을 말하며, 생물학의 전 분야에서 참고 또는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버섯은 다른 미생물과는 달리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자실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형태적 특성에 기반한 분류 동정체계가 유지돼 왔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분자생물학적인 분류 동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는 2만 7,000여 점의 버섯표본을 보존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표본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버섯표본연구동이 준공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표본을 제작하고, 영구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원과 표본을 연계된 연구를 활용하면 품질이 뛰어난 유전자원 관리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본 연구를 통한 버섯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이 연구가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첫째, 새로운 버섯종과 다양한 시료의 수집을 통한 표본의 확충이다. 여러 재료가 많을수록 우수한 소재를 발굴하기가 쉽다. 버섯도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지역별로 발생하는 버섯종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생태조사와 채집을 해야 한다. 조사지역을 선정하고 장기간 야생버섯 채집과 생태환경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분류 동정 전문가의 육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버섯 분류 동정 전문가는 3~5명 정도에 불과하다. 2,000여 종이 넘는 국내 자생버섯을 분류 동정하기에는 분류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형태 분류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국내 버섯 분류 동정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활동 중인 전문가와 유관기관 간의 교류, 협력체계가 절실하다. 

셋째, 유전자원의 고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학명이 확인(동정)된 표본과 표본에서 분리된 균주자원의 연계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는 보유 중인 8,000여 점의 유전자원 균주와 표본의 정보연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버섯표본연구동이 버섯 분야 분류 동정 전문가 소통의 장이자, 새로운 인재 양성의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고품질 유전자원 관리의 거점이 되길 희망한다. 버섯 산업이 발전하려면 유용 형질을 가진 핵심 유전자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함께 인재 양성, 정보 교류가 이루어져 우리나라 버섯 유전자원 확보에도 탄력이 붙길 바란다.

■이강효<농진청 원예원 버섯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