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과 유전자원 육종 활용 가능성
다양한 사과 유전자원 육종 활용 가능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9.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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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개화기 저온 고사 사과나무 증가
내한성·유전적 효과 고려해 교배 양친 선발해야

‘품종’이라고 일컫는 사과 하나하나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지구상에서 먹고 즐기는 사과 품종은 교배 육종이라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교배 육종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품종 간 인공교배를 통해서 기존 품종보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방법이다. 교배 육종은 계획적인 교잡육종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사과 육종의 목표에 따라 양친의 선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육종 목표로는 맛, 향기, 식감 등 과일 품질 향상이 될 수도 있고 병이나 해충에 저항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미니사과에서부터 어린아이 얼굴 크기의 사과, 노랑·초록·빨강 껍질의 사과 등 외형의 다양화도 육종 목표가 될 수 있다. 인공교배를 위해서는 양친이 되는 두 개의 품종이 필요하다. 두 개의 품종을 어떻게 선정할 건가는 육종가의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 보유 중인 사과 유전자원은 재배 품종, 대목, 야생 수집종, 해외 도입종을 포함하여 약 1,140종으로 유전자원이 가진 형태적, 유전적 소질은 매우 다양하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유전자원 포장에서 결실을 이루면서 교배 육종의 양친이 되기 위해 앞다투어 고유의 특징을 뽐낸다. 수많은 유전자원 중 어느 것을 고를 것이냐가 우량 품종을 육종하는 관건이 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생육기 고온에 강한 사과 품종이 필요한 것과는 정반대로 봄철 개화기 이상 저온으로 고사하는 사과나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내한성(추위 견딤성 우수) 유전자원이야말로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한성 유전자원 두 개를 교배 양친으로 선정하여 교배 육종을 한다면 모두가 원하는 내한성 품종이 탄생할 희망은 크지 않다. 사과 품종은 육종 목표만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참 어려운 숙제이다. 아무리 육종 목표를 만족하는 품종이 개발됐다 해도 품종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질을 갖추어야 한다. 

“당도는? 식감은? 크기는? 병해충 저항성은?” 재배 농가는 새롭게 개발한 품종을 심기까지 여러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때문에 내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후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적 효과를 고려하여 육종 가치가 큰 형질을 가진 교배 양친을 선발하여야 한다. 

다양한 유전자원은 사과 육종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재료로서의 활용이 크지만,  사과는 공산품이 아니기에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될 확률을 높이는 작업은 오롯이 육종가의 차지이다. 우선 중요한 형질 위주로 교배 양친을 선정하고 인공교배 후 세대 진전을 통해 나쁜 형질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유전자원의 특성별 분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과피색, 과육색, 과일 크기에 따른 분류는 외형만으로 구분이 가능하기에 비교적 쉽지만, 내한성, 내서성, 저장성, 병해충 저항성 등 품종이 가져야 할 중요한 특성들에 대한 분류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특성별로 분류된 유전자원은 육종 목표 달성을 위한 맞춤형 교배 육종의 핵심 자원이 된다. 유전자원은 보존과 관리만으로도 농업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의 의미도 크다. 유전자원의 육종 소재로서의 이용 가치는 무한하기에 앞으로도 효율적으로 그 쓰임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사과 유전자원이 새로운 사과 품종 육종을 위해 얼마나 활용 가능성이 있을까에 대해 묻는다면 정답은 언제나 ‘예스’이다.

■김정희<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