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산물 수출 확대 위한 CA컨테이너 활용 기술
K-농산물 수출 확대 위한 CA컨테이너 활용 기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8.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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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농산물 수출 항공에서 선박 수송 대체
물류비용 30% 절약해 수출 경쟁력 높여

최근 해외에서 우리 농산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라는 문화 물결에 힘입어 한국 식품과 농산물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높아진 인기만큼 우리 농산물은 해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을까? 뛰어난 재배기술로 과일·채소 품질은 우수하다는 평을 받지만 해외에 수출하고 보면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10여 년 전 한국산 딸기와 참외가 홍콩, 싱가포르 현지 시장에서 품질 관리가 되지 않아 한국 이미지가 우려된다는 한 매체의 글을 본 일이 있다.

10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있고 작년에는 딸기와 포도(샤인머스켓)의 수출량이 급증했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쉽게 품질이 변하는 품목은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 수출 의존도가 높고, 선박 수출에서도 클레임이 많아 장거리로 수출국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이러한 현안 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CA 컨테이너 기술을 도입하였다. CA 컨테이너는 농산물을 수출할 때 이용하는 리퍼 컨테이너에 온도 조절뿐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춘 컨테이너이다.

CA(Controlled atmosphere)는 장기저장할 때 이용하는 가장 고도화된 저장기술인데 이를 농산물을 수송할 때 이용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수확 후 호흡을 하면서 영양분을 소모하고 품질이 나빠지게 되는데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면 호흡은 줄이고 미생물 번식은 억제하여 신선하게 수출할 수 있다. 잘 물러지는 바나나와 아보카도 등은 남미에서 아시아 대륙으로 장거리 수송할 때 CA 컨테이너를 주로 이용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CA 컨테이너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고 우리나라 수출 품목에 대한 최적 CA 조건 설정 연구가 부족하여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고 고도화된 기술을 도입하여 정착시킬 시점이 되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진은 우리나라 수출 여건에 맞춰 CA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염두하고 연구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에 맞는 CA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다. CA 기술은 품목마다 그리고 포장 조건에 따라 효과나 장해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적의 환경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소량의 여러 품목을 혼합하여 운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일 품목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경우보다 각각의 저장 특성이 다른 여러 품목을 한 컨테이너에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의 수출 실정에 맞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품목으로 무수히 많은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수출 현장에서 실증도 진행 중이다. 홍콩에 전문매장이 있는 수출업체의 경우, 매주 항공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CA 컨테이너로 상당 부분 대체하였는데 품질은 유지되면서 물류비용을 항공의 약 3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CA 컨테이너 활용 기술은 신선 농산물 수송기술을 한 단계 높여 항공 수출 위주였던 품목을 선박으로 대체, 물류비는 줄이고 가까운 거리인 동남아시아에서 미주, 호주, 유럽까지 수출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국산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지현<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