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약용작물
기후변화와 약용작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8.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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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재배 약용작물 기후영향평가 미미
기후영향평가 수행 및 대책마련 시급

최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많은 비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비만큼 농부의 마음은 애가 탔을 것이다. 포장해 놓고 미처 출하하지 못한 애호박, 열매 맺을 준비 중이던 과일나무 등을 바라보면서 그저 한없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을 것이다.

폭우뿐이랴. 어느 해는 가뭄에 시달리기도 한다. 폭우가 지나가면 폭염이 오기도 한다. 겨울철은 평균보다 훨씬 추워지고 여름철은 평균보다 훨씬 더워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예측 불가한 환경 변화, 해마다 반복되는 고온 현상, 농작물 생산에 있어 적색신호가 켜져 이로 인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노란 봄꽃이 불쑥 꽃봉오리를 피운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식물은 각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개화(開花) 시기를 조절하지만 예상치 못한 포근한 날씨 속에 때가 된 줄 알고 고개를 든 것이다. 식물은 싹이 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애 주기와 광합성, 식물 성장과 번식 모두 온도에 민감하다. 그만큼 온도는 식물이 생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이상 고온과 저온은 식물 내부 조직과 조절 체계에 상처를 주어 이러한 과정을 망가뜨리거나 속도를 더디게 한다. 

약용작물은 한약재뿐 아니라 삼계탕 속 부재료가 되기도 하고 화장품 원료로도 쓰이는 등 우리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작물이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감초는 주로 말린 뿌리와 포복경(기는줄기)을 이용하는 약용작물이다. 비단 감초뿐만 아니라, 흔히 쓰이는 한약재는 주로 뿌리를 이용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빈번한 이상기온으로 약용작물 역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재배하는 약용작물의 기후 영향평가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고 고온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어, 기후 영향평가 수행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약용작물은 주요 약용 부위가 뿌리이므로, 땅속에서 자란 뿌리를 캐내어 이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특히 땅속에서 자라 눈으로 쉽게 생장을 파악할 수 없어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다. 약용작물은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일천궁은 고온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출(白朮, 삽주)이나 지황 등은 기온이 높고 습하면 병원균에 감염되기 쉽다. 참당귀 등 고온 피해가 큰 약용작물은 재배지에서 말라죽는 비율이 약 40∼70%에 이른다. 그리하여 배수로 확보, 병충해 예방, 물대기, 저온성 피복재 사용 등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고온에 취약한 천궁 연구, 건조 반건조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감초에 대한 생리 생태 연구 등 약용작물에서도 기후변화에 관련한 다양한 기초 연구와 함께 고온성 필름 개발 등 실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작물 생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고온뿐만 아니라 고온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식물 스트레스 반응 분석을 통해 약용작물의 수량성을 높이면서 약효를 보여주는 유효성분 함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내고온성(耐高溫性), 내한성(耐旱性)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약용작물을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나아가 연중 온습도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이용한 재배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스마트팜으로 재배할 수 있는 약용작물 품종 개량도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약용작물이 기후변화에 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길 기대한다.

■오명원<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