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장의 필요 충분 조건
치유농장의 필요 충분 조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7.26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돌봄과 복지가 농업과 만나는 ‘치유농업’
치유농업 복지·헬스케어 분야와 협업 필요

최근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유농장에 대한 열기도 한여름 햇살만큼이나 뜨겁다.

특히 치유농장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여러 조건이 있겠으나 대상자들이 자연환경에 한 발짝 더 다가가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시간의 흐름, 계절, 생명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는 곳이면 좋겠다. 또한, 언제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치유농장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다음 사항을 고려해 보자.

첫째, 치유농장은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농장의 성공사례를 모방하기보다 농장주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정하되,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가령 직업 코칭, 채소 농장 운영, 동물교감 활동과 치즈 농장 운영, 목재 작업소, 꽃 정원 운영 등 정체성을 찾으면 좀 더 쉽게 운영할 수 있고 이것이 농장 성공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열린 공간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좋다. 즉, 채움보다는 비움을 먼저 실천해야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치유농장도 좋지만, 대상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몸을 움직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어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최대한 대상자들을 배려해 운영하면 농장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치유농장을 하려면 충분한 준비기간이 요구된다. 과일나무도 심고, 온실을 만들고, 각종 관련 기관들을 찾아다녀 홍보하면서 더불어 ‘케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주변의 인프라 즉, 종자 회사, 다른 자원을 지닌 치유농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경영이 필요하다. 

넷째, 농장주와 치유농업사는 각자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치유농업사는 대상자들이 실제 유용한 일에 참여하여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애를 찾아가게끔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각의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농업 자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농장주는 주인의식을 갖고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채소밭에는 화학 비료를 일절 배제하고 100% 유기농 씨앗을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매년 바꿔 가며 심고, 이렇게 재배한 채소는 농장에서 대상자들이 직접 요리해 먹거나 직거래 판매장에서 판매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치유 농장주의 부지런함은 기본이다. 농장 내에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매년 다른 계획을 세우고 남들이 잘 재배하지 않는 새롭고 이익이 있을 법한 고급 식재료의 트렌드를 찾아 작물을 재배하면 호기심의 원천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주기적으로 작업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 농장 안 작업실에서는 목재, 금속 작업 등 기계를 사용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대상자가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하게 일을 하면서 안전하게 이를 즐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은 알고 보면 크든 작든 일반 국민 삶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자연 속에서 생명을 만지고 같은 생명으로 케어받는 치유농업은 복지, 헬스케어 분야와 반드시 협업이 필요한 활동이다. 돌봄과 복지가 농업과 만나는 치유농업이 우리 치유농장에서도 더 크게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한다.

■홍인경<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