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디지털 육종 위한 분자표지 활용 방안
호박 디지털 육종 위한 분자표지 활용 방안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7.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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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종자기업 맞서 경쟁력 갖추기 위한
디지털 육종기술 개발·활용 필요

호박 하면 풍요함과 복을 가져다 준다는 뜻의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라는 속담이 먼저 떠오른다. 호박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채소이자,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해결해 준 고마운 작물이다. 열매와 줄기, 잎, 꽃 등은 식탁의 반찬으로 사용된다. 호박 열매를 잘라보면 속에 노란색 과육이 보이는데, 여기에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은 신체 면역력을 높이고 폐 기능을 강화해주는 등 뛰어난 항산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호박은 재배가 쉬워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보급되었으며, 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달콤하고,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부드러운 품종이 육성되었다. 

한편 2000년 이후부터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읽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채소 육종 과정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자표지(molecular marker)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분자표지는 작물을 일일이 심어보지 않아도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유묘 단계에서 원하는 개체를 조기에 선발할 수 있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호박의 경우에는 고추, 토마토, 심지어 같은 박과채소인 오이, 수박보다도 분자표지 개발 연구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는 호박의 잎·줄기·과실 등이 크고 덩굴지어 자라므로 많은 재배 면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스페인, 중국 등에서 페포계 호박(쥬키니) 중심으로 분자표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가 미흡한 상황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민간기업과 대학 등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과제를 맡아 관련 기술의 기초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채소과에서는 지난해 동양계 호박(모샤타종)에서 흰가루병 저항성 개체를 선발하고, 잎 결각(패임)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분자표지를 개발하였다. 현재는 서양계 호박(막시마종)의 마디사이 길이가 짧은 개체를 선발할 수 있는 분자표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당 분자표지가 개발되어 활용된다면, 재배 농가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절간이 짧은 단호박 계통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형이 애호박처럼 장타원형이거나 풋호박처럼 원형 또는 타원형인 개체를 구별하고, 마디에 암꽃이 많이 달려 과실의 생산성이 높은 우수한 식물체를 선발할 수 있는 분자표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분자표지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자산업진흥센터에 기술이전돼 호박을 육종하는 종자기업을 대상으로 분자표지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채소육종기반연구실은 2016년부터 배추·무·오이·수박·호박 작목의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개발하여 육종 현장에서 여교배 세대단축과 종자 순도검정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왔다. 앞으로는 호박 등 작목에서 농업적으로 유용한 형질과 연관된 분자표지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종자기업을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몬산토, 신젠타 등 다국적 종자기업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지털 육종기술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빠른 시일 안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연구 기획 단계부터 육종가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알맞은 재료 선정과 정밀한 특성검정, 그리고 결과에 신뢰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수<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