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 이루는 밤, 천연물로 다시 꿈꾸자
잠못 이루는 밤, 천연물로 다시 꿈꾸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5.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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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집중력 저하·감정변화 등 건강 적신호
특용작물 포함한 천연물에서 해답 찾아야

농촌진흥청 특용작물이용과에서 근무하는 필자에게는 특용작물의 이용법을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그중에서도 불면증에 효과가 좋은 특용작물을 추천받고 싶다는 문의가 매년 10통 이상 꾸준히 온다. 생각이 많거나, 갱년기라거나, 커피를 과히 마셨다거나, 낮잠을 많이 잔 등 사람마다 밤잠을 이룰 수 없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일부는 특용작물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한의사인 필자의 소견이다.

불면증이란 잘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수면의 시작과 지속, 공고화, 그리고 질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어 낮 동안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상태인데 최근 2주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 불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게다가 수면장애가 치매,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수면장애는 건강에 잠재적인 적신호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기분의 변화로 인해 잠이 오지 않는 일은 쉬이 경험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적절한 약물적, 비약물적 치료가 필요하다.

유독 본인만 불면증을 겪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면 그 마음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불면증은 전체 인구의 30~48% 정도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며 3개월 이상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서 심한 피로감, 집중력 장애, 감정변화 등을 겪는 경우는 전 인구의 10% 내외이다. 

병·의원을 통해 상담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큰 차도가 없는 환자들은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꾸준히 오래 섭취할 수 있고 구하기 쉬운 식재료에 관심이 많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영지버섯, 대추, 백자인, 고사리 등을 추천하고 싶다. <신농본초경>에서는 부작용이 적고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며 건강을 이롭게 하는 약물 순으로 상, 중, 하품을 구별하면 영지버섯은 상품(上品)이라고 하였다. 영지버섯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소모된 기운과 체액을 보태주므로 수면 중에 잘 깨거나 꿈을 많이 꿀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할 때, 기억력이 감퇴할 때 섭취하면 좋다. 영지버섯이 중추신경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줌으로써 수면 시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추(대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는 한약재인데 참고로 묏대추(산조)의 씨는 산조인이라고 하여 불면증에 많이 처방되는 한약재이다. 측백나무의 씨인 백자인도 심장을 강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고사리는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잠이 들게 한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농촌진흥청에서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쥐오줌풀(길초근)이 체내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입면 시간과 수면 유지 시간을 증가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잘 말린 쥐오줌풀의 뿌리를 따뜻한 물에 하루 동안 우려내어 잠을 재우지 않은 쥐에게 먹였더니 먹지 않은 쥐보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59% 감소했는데 이는 잠에 빨리 빠져들었다는 뜻이다. 중간에 깨지 않고 잔 시간은 쥐오줌풀을 먹은 쥐의 경우가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86% 길었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에 쥐오줌풀을 취급하는 농가가 드물어 쥐오줌풀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다소 아쉽다.

인간이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한 가설이 많지만, 종합해보면 제대로 잔다는 것은 결국 오늘의 휴식이자 내일의 건강을 의미한다. 혹시 어젯밤도 잠을 못 이루어 힘들다면 오늘 밤은 특용작물을 포함한 천연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본다.

■최수지<농진청 원예원 특용작물이용과 보건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