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산업, 꽃길만 걷자
블루베리 산업, 꽃길만 걷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4.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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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함·건강기능성 소비트렌드 대표적인 웰빙 과일 ‘블루베리’
산업 급팽창 우려 … 내수시장 과열 대비해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뉴욕양키스 요기베라(Yogi Berra)의 명언이다. 블루베리 연구자로서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구는 농민들을 대할 때 서로가 마음과 눈빛으로 나눴던 격려였다. 또한, 사양(斜陽)의 위기를 오롯이 견뎌내고 반전을 이룬 블루베리 산업에 보내고 싶은 찬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블루베리 산업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7년 전후 농가 주도로 도입된 블루베리는 해마다 재배면적이 늘어 2016년 4,270ha까지 증가했다. ‘간편함’과 ‘건강기능성’이라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웰빙(Well-being) 과일로 인식되며 도입 10여 년 만에 고소득 작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소비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즈음하여 미국, 칠레 등 블루베리 생산 대국과의 FTA 체결로 외국산 블루베리 유입도 크게 늘어 국내산 가격은 해가 다르게 하락했다.

이에 블루베리는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과 폐업지원 대상 작목으로 지목되어 전체 재배 농가의 8%에 달하는 550ha, 1,500여 농가가 폐원하기에 이르렀다. 비약이지만, 그 당시 기반이 약한 블루베리 산업의 급격한 팽창을 두고, ‘비트코인’ 열풍에 비유하며 우려스러워한 지적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많은 이들이 2016년 FTA 폐원사업이 블루베리 산업의 종점이라고 생각할 때, 국내의 블루베리 재배 농가는 고품질, 고기능성 품종 주력 재배라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전을 이뤄냈다. (사)한국블루베리연합회를 거점으로 2022년에는 임의자조금 단체로 승인되었고, 의무자조금 전환까지도 이제 멀지 않은 듯하다. 이와 같이 블루베리 산업의 과거와 현재, 생존과 성장은 모두 일선 현장이 이뤄낸 성과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국내 블루베리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른 듯하다. 매년 3,500억 원 수준으로 시장규모가 유지되고, 최근에는 꾸준히 노지작물 중 상위 소득작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2019년 1위, 2020년 3위, 2021년 2위). 이제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생존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국내 시장 내부의 과열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때이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기간을 돌아보고, 내실을 갖출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한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2019년부터 블루베리 육종 과 재배 관련 연구업무를 진행 중이다. 그간 블루베리 산업 발전이 농가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재배 현장의 요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연구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도입 품종의 전국단위 현황조사부터 유망 품종의 재배 관리, 그리고 국내 토양환경에 적합한 품종과 한여름 노동 횟수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일시수확형 품종 개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블루베리 연구와 관련된 유관기관 연구자와의 협업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애써 시작한 일에 의연함으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현장에서 땀 흘리는 농민들과 연구자의 공통된 ‘농심(農心)’일 것이다. 육종에서 생산,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제는 현장이 주도한 블루베리 산업이 그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모두가 끝났다고 할 때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2만여 블루베리 농민들에 대한 고마움이 그 동력이다. 배연구소에 만발한 블루베리꽃을 바라보며, 블루베리 산업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본다.

■이별하나<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