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무병묘, 품질 좋은 과일 생산 위한 첫걸음
과수 무병묘, 품질 좋은 과일 생산 위한 첫걸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2.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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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묘 바이러스 피해 최소화·안정적 생산 가능
국내 품종 무병묘 유통위한 기술력·인프라 구축돼야

코로나19로 인해 바이러스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제는 일반인도 바이러스의 특성이나 PCR 진단법 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가지게 될 정도로 바이러스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졌다. 그렇지만 식물에도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로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800여 종에 이른다.

식물바이러스는 1892년 러시아의 미생물학자 이바노프스키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모자이크 증상을 일으키는 담배의 잎이 전염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하였다. 1898년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베이에링크는 담배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세균보다 훨씬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독’이라는 의미의 ‘비루스’로 이름 붙였다.

초기의 바이러스 연구는 식물바이러스가 주도했다. 1935년 미국의 생화학자 스탠리는 병에 걸린 담배에서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로 이름 붙여진 바이러스 입자를 순수분리했고, 이 공로로 194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후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다양한 작물에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많은 바이러스병들이 발생되어 농작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과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당도가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어 경제적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경제적인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는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재배하는 영년생작물인 과수의 경우 1년생 작물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체내에 바이러스가 축적되면서 재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점점 커진다.

그러나 사람과는 달리 농작물은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를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바이러스 병으로 인한 피해해석 실증시험지를 조성하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피해를 분석하고 있다.

실증 시험포에서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보다 훨씬 작은 병원체인 바이로이드를 단독 혹은 복합 감염시킨 후 바이러스 감염 개체와 건전 개체의 수량과 과실 품질을 비교해 피해를 분석했다. 사과, 배, 복숭아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무의 열매는 건전한 나무의 열매보다 5.1~35.6%까지 무게가 줄어들었으며, 복숭아, 포도의 수확기는 최대 2주가량 늦어졌다.

이 결과는 우리에게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과일나무는 1년생 작물과 달리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피해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병을 키울 수 있고, 적당한 치료 방법이 없는 바이러스 병의 특성상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해결 방법은 무병묘에서 찾을 수 있다. 농업 선진국인 미국이나 네덜란드에서는 생장점 배양 등의 방법으로 바이러스가 없는 무병묘(virus-free stock)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작물 재배 초기부터 건강한 묘를 사용해서 바이러스 피해를 최소화하고 품질 좋은 과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수 무병묘 보급시스템을 갖추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종자원, 농촌진흥청이 각자 역할을 담당하며 무병묘 생산 및 보급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사과, 배 등 5개 작목 100여 품종의 무병묘를 생산·보급하였으며 최근 사과 ‘시나노골드’ 품종 등 농가 선호도가 높은 도입 품종 무병화도 추진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품종과 우수한 국내 육성품종들이 신속히 무병묘로 유통될 수 있도록 기술력을 투입하고 인프라를 완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우리나라 과수산업이 바이러스 감염 묘목 문제로부터 벗어나 도약하는 데 무병묘가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김현란<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